지난 4월 9일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수원시민협’)는 기자회견에서 수원시에 “도시 계획의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취지로 문제제기를 했다. 수원시는 즉각 반박 기사를 냈다. 수원시는 관련 법률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을 처리하고 있다는게 요지다. 필자는 지면을 빌어 이와 관련한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이것이 수원시민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다만 기자회견문을 작성했던 당사자로서 문제제기의 내용을 명확하게 할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시민협은 수원시가 법에 명시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대해 묻는게 아니다. 또한 수원시민협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사례들 즉, 광교상수원보호구역해제논란, KBS수원센터 부지 용도변경 논란, 당수동 도시농업테마공원 설계 변경 등에 대해 수원시가 반박했던 내용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할 생각도 없다.

수원시민협이 수원시에 문제제기한 핵심은, 수원시 도시계획 행정이 추구하는 ‘공공성’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는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수원시의 각종 도시계획 권한은 시민들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공공성’이라는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물론 ‘공공성’이라 하는게 저마다 기준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 집행권자인 수원시는 나름의 확고한 도시계획의 ‘공공성’의 기준을 수립하고 이에 입각해 권한을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제기 혹은 설명을 요구 받는다면 책임있게 설명해줘야 한다. “민원이 들어와 법적 절차대로 처리했다.”는 것이 공공성에 대한 책임있는 설명이 될 수는 없다.

예컨대 특정 부지의 건축물 허용 용도를 완화하려 한다 해보자. 누군가는 건축물의 규제가 완화되서 고층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는 게 공익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한편 다른 누군가는 규제 완화가 시작되면 너도나도 규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도시가 과밀화 될 수 있으므로 현재의 규제를 유지하는 게 공익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수원시는 권한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인가, 아니면 유지할 것인가. 혹은 제 3의 방안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건 그 기준이 되는게 바로 수원시가 추구하는 ‘도시계획의 공공성’이다. 수원시가 그리는 미래 도시의 모습, 그 안에서 구현될 공공성의 가치, 그 공공성의 가치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변화되는 시민들의 삶, 변화되는 삶 속에서 시민들이 누릴 행복, 수원시는 이 거대한 그림 안에서 도시계획 권한을 집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건 당연하다.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수원시가 추구하는 도시계획의 공공성에 어떻게 부합하는가. KBS수원센터 부지를 용도변경 해서 아파트 건설을 가능케 하는게 수원 시민들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당수동 도시농업테마공원은 당초의 계획을 변경해야 할 만큼 불가피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수원YMCA사옥 용도를 완화해 주는 것이 수원시와 시민들에게 어떤 공공성의 가치로 돌아가게 되나.

각 사례들이 논란으로 불거진 뒤 수원시가 ‘도시계획의 공공성’에 입각해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 했었던가? 사업 추진 전부터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무리라는 점은 이해해도, 논란이 불거졌을 때라도 수원시가 책임있는 설명을 했어야 하는거 아닐까? 최소한 필자가 수원경실련 사무국장으로 직접 대응했던 ‘KBS수원센터 용도변경 추진’과 ‘수원YMCA사옥 용도완화 추진’에 있어서 그런건 없었다. KBS수원센터 건은 수원경실련의 두 차례에 걸친 성명서가 나간 뒤 수원시가 별다른 말 없이 철회했다. 수원YMCA 건도 ‘주민 제안이 들어와 법적 절차대로 처리했다.’라는게 언론을 통해 공식으로 밝혀진 수원시의 입장이었다.

위 사례들에서 수원시가 도시 계획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공공성’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필자는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법적 절차를 준수했는가 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수원시에 문제제기 했다. 수원시 도시계획이 추구하는 ‘공공성’은 무엇입니까. 그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원칙과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원칙과 기준은 지금 안녕 하십니까. 라고.

유병욱 수원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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