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令夫人)은 지체 높은 사람의 ‘아내’를 높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이 ‘영(令)’ 자는 남을 높이는 경칭(敬稱)으로도 쓰이는 글자입니다.

남의 아들을 높이 부를 때 영식(令息), 남의 딸은 영애(令愛)라고 하고 남의 아버지는 영존(令尊), 남의 어머니는 영당(令堂)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영부인이 대통령의 부인에 한정해서 부르고 있지만 전에는 청첩장 등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주십사하는 뜻으로 청첩장의 문안 하단에 ‘동영부인(同令夫人) 귀하’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 영부인은 서양에서 일컫는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를 번역하여 사용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옛날 전제 군주제도 아래서 왕비를 간택하는 엄격한 절차와 달라서 남,녀로 젊었을 때 만나 결혼한 후에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서 영부인이 되고 영부인의 자리에 있게 된 후에 국민들에게 노출이 되면서 검증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퍼스트레이디와 부통령의 아내 즉,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남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고 그 영향력 또한 대단하고 인기몰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여 존경과 신뢰를 받는 영부인들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학계나 언론계에서는 대통령만을 평가하지 않고 대통령의 부인도 엄격한 평가기준을 만들어 평가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102개 4년제 대학과 대학교의 역사학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시에나 연구소(Siena Research Institute)에서 1982년과 1993년에 영부인에 대해 여론 조사를 해서 발표했습니다.

조사 내용은 퍼스트 레이디의 배경(교양, 가문, 교우관계, 출신 성분, 경력, 경험, 학력 등) 국가에 유용한 가치, 도덕성, 성실성, 지도력, 지성적 이해력, 가족과 친구, 보좌관, 업적, 용기, 대중적 이미지, 대통령에 대한 유용한 가치 등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여 점수를 내는데 60점을 평균 점수로 삼았다고 합니다.

1993년에 37명의 퍼스트 레이디를 평가했는데 1위는 제 32대 프랭클린.D.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A. Eleanor Roosevelt)여사이고 2위는 제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 3위는 제 2대 존 애덤스 대통령 부인 아비게일 애덤스 여사, 4위는 제 4대 매디슨 대통령 부인 돌리 메디슨 여사, 제 5위는 제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차지 했습니다.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는 다섯 아이의 엄마로, 소아마비 정치가 남편의 아내로 대통령 남편이 12년간 재임하는 동안 공적(公的)인 일까지 종횡무진으로 활약을 한 여성지도자이기도 합니다. 칼럼니스트로 또 전국 방방곡곡 정치집회 각종 단체의 초청강연, 빈민가 퇴치, 아동복지, 전국 청년협회 지도를 했고 제 2차 세계대전때는 참전군인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영국, 남태평양을 순회했다고 합니다.

남편 루즈벨트 사망 후에는 U.N 주재 미국 대표로, UN인권위원회 의장으로 세계인권선언을 기초하고 채택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꼴찌인 32위는 놀랍게도 제 16대 A.링컨 대통령 부인 ’매리 토드 링컨‘여사가 차지했습니다. A.링컨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단연 1위 임에 반해 부인은 꼴찌를 했다는 것이 믿겨 지지 않습니다.

매리 토드 링컨(Mary Todd Lincoln)여사는 켄터키의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고등교육을 받고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사교성이 뛰어나고 춤과 음악과 드라마 공부를 했으며 화려함을 좋아하고 정치를 이해하는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1842년 링컨과 연애 결혼을 했는데 경제 관념이 없고 질투와 히스테리 증상이 심했고 4명의 아들을 낳았으나 장남 로버트 토드 링컨을 제외한 3명이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합니다. 링컨이 암살당할 때 옆자리에 있어 충격으로 정신 이상 증세로 정신병원에서 64세로 별세했다고 합니다.

민주국가에서 영부인은 어쩌다 그 자리에 오르는 자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대통령의 부인으로 산다는 것이 행복과 기쁨 뒤에 또 다른 고통과 버거운 일상이 짓누르는 압박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다 영부인이 되어서 후세에 역사와 국민으로부터 평가의 저울 위에 올라서 있을 것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평안하지 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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