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아요.”

김담희(23) ㈜좋은술(평택시 오성면 소재) 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은 전통주 농업회사법인의 새내기 후계농이자 견습생이지만, 훗날 자신만의 전통주를 중심으로 한 레스토랑과 체험공간을 열어 지역을 대표하는 테마파크로 키우겠다는 꿈을 안고 있다.

◇어머니 일손 도우며 진로 결정= “고등학생 때 어머니의 일손을 도우면서 전통주 제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고교 시절 그는 골프와 수학에 소질을 보이던 때라 골프선수와 세무 직종이 자신의 진로라고 믿었다. 하지만 전통주를 빚는 모든 공정이 수작업을 요구하는 탓에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었다고.

김 팀장은 “연세 때문인지 그 무렵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 하셨다”면서 “어머니를 도우는 시간이 늘면서 막연하게 양조업에 대해 꿈을 꾸게 됐다”고 돌이켰다.

모친의 전통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착실히 일을 배워나갔다. 전통주는 쌀가루 혼합부터 누룩 배합, 덧술 빚기 등 과정이 복잡하면서도 까다로웠다. 이를 두 번 하느냐(이양주), 세 번(삼양주), 다섯 번(오양주) 반복해서 더 깊은 풍미를 내느냐가 양조의 기술력이자 경쟁력이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좋은술의 주력 상품인 쌀 양주 ‘천비향’은 다수의 제조 관련 특허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오양주’다. 천비향은 ‘우리술 품평회’ 약주 부문 대상, ‘대전 국제와인 페어’ 전통주 부문 대상 등 수상 기록도 화려하다.

“어머니의 천비향은 특허와 수상을 자랑하며 백화점에 고급 선물주류로 납품되고 있어요. 앞으로 이를 계승·발전시켜 저만의 전통주도 빚고 싶어요.”

현재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인 김 팀장은 향후 국내 최연소 양조학 박사를 꿈꾼다. 이미 그는 지난 2월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데 이어 한국가양주연구소 최고지도자과정도 병행 중이다.
 

◇“2030 맞춤형 전통주 테마파크”= 김 팀장의 우선 과제는 2030 세대가 부담 없는 가격과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전통주를 만드는 것이다. 소주 혹은 또 다른 전통주의 대안으로서 말이다. 김 팀장은 “거부감 때문에, 또는 비싸거나, 맛이 없어서 소주나 전통주를 외면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충분히 맛있으면서 숙취가 없는 막걸리, 고리타분하지 않은 맛과 향을 지닌 전통주를 빚는 미래의 어느 날을 위해 틈틈이 시장분석, 제조원가, 포장 디자인 등을 연구하는 한편, 농업기술센터에서 SNS 마케팅을 배우고 있어요.”

최종 구상은 자신이 개발한 전통주를 기반으로 가족, 연인 등이 자유롭게 찾아와 체험, 구매,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카페테리아’를 여는 것이다.

김 팀장은 “전통주의 매력은 매일 맛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운을 뗀 그는 “그날그날 술의 맛에 따른 음식의 메뉴와 분위기를 달리하는 페어링(pairing) 공간을 조성하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오늘도 평택 공장과 서울 연구소, 대학원을 오가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이제는 창업농으로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저만의 아이디어로 미래를 구상하는 게 스스로 대견합니다. 지금은 대학을 곧 졸업하는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하고 있어요. 하하하.”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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