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천 원 턱밑까지 근접하면서 한국경제에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각종 전문기관에서 발표한 환율 전망치와는 엇갈린 현상이다.

곽수종(58) 조지메이슨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이뤄진 환율, 유가에 대한 전망은 한국경제를 둘러싼 요인들에 대해 낙관적으로 평가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9일 수원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미국의 금리 동결, 미중 무역분쟁 지속, 중국경제의 하방 가능성, 환율 인상 등으로 앞으로 한국경제는 2~3년간 침체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세계 경기의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인 반도체경기 역시 하락추세에 있어 최대 생산국인 우리나라의 경기에 영향을 미쳐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급락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곽 교수에게 세계·한국경제의 현상과 이러한 현상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한국경제 미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전망을 들어봤다. 곽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현재 세계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먼저 IMF 르가르드 총재의 연초 발언을 빌리자면 ‘퍼펙트 스톰’이 일어나기 전 마치 세계경제에 4개의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는 상황이다. 먹구름은 작금의 미중 무역 갈등과 영국의 브렉시트, 미 연준의 금리, 관세전쟁 등을 말한다. 5G 시대, AI 및 무인자동차 등의 새로운 기술 변화가 다가오며 세계경제 환경변화는 시작됐다. 앞서 말한 먹구름이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1930년 대공황 당시에도 미국은 유럽 경제에 대해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통해 최저 45%에서 최고 400%에 이르는 무역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었다.”

―길어지는 미·중 무역분쟁을 어떻게 봐야 하나.
“미중 무역분쟁의 겉과 속내를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과연 무엇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무역 불균형’이라는 다툼을 하는가. 여기서 누군가 밀린다면 21세기 중반 이후 세계패권의 양상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 패자가 된다면 19세기 세계경제 GDP의 55%를 차지했던 중국과 인도의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을 바라볼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내와 전략만 보는 것은 미국의 21세기 이후 글로벌 전략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의회와 사법부의 판단도 같이 봐야 한다. 미국은 이미 정치경제사회적 시스템이 철저하게 국가의 핵심 이해관계(National Interest)에 맞춰진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노이즈(Noise)에 대한 지나친 해석은 자칫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2개의 ‘중국몽’을 추동해나가고 있다. 하나는 일대일로, 또 다른 하나는 제조업 2025라는 꿈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군사안보 전략은 제 1,2,3 도련선으로 불린다. 제조업 2025는 2025년까지 중국의 제조업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미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의 중국 소프트웨어 기술로 입증하고 있다.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국가 이해관계의 실천과 시장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가 이해관계의 대결이다.”

―한국의 경제상황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 투자, 소비, 수출 등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추경을 말하고 있지만 향후 한국경제가 마주할 환율, 금리, 유가 등 경제지표는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경제는 분명 성장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KDI도 2020년 이후 한국경제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 경제는 호조세지만 중국과 한국 등 동남아 경제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경제에서 경기동행순환지표는 반도체 DRAM 가격변화와 추세변화가 같다. 반도체 수출 및 가격하락은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경제개발시기 구축된 중화학공업의 성장한계 및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각종 지표와 지역경제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 창원, 거제, 군산, 울산 및 포항 등의 경제가 그 실례다. 성장이 정체되고 고용과 소득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비감소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환율도 취약해지고, 금리도 좀 더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지금 대출규제가 강화된 것 역시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렇다 해서 가계부채가 1천500조에 이르는 상황을 무시할 수도 없다. 유가는 미국과 이란 사태의 해결방안, 프랑스의 중재노력, 중국경제의 원유수요 등 원유 수급이 본질이지만 투기세력들이 틈틈이 투기적 가격 인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요약하면 한국경제는 수출 둔화, 반도체 설비투자 감소,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제조업 2025, 내수둔화 등이 2019년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악화요인이 많다. 당장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불룸버그는 지난달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바로미터라 말한 바 있다. 한국경제가 반도체 경제라는 의미다. 5G 등의 미래 경제발전에 한국 반도체가 주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와 5G 무인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설계부터 다르다. 따라서 향후 한국경제는 더욱 긴장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중국 제조업 2025의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제조업 수출경제인 한국경제는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에 어떻게 버티고,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핵심이다. 한국의 반도체 진출은 1981년 공식화됐고, 광케이블은 1985년에 처음 건설됐다. 한 국가의 성장 동력 산업은 최소 20~30년의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둘째, 미래 산업은 ‘빛’과 관련 있다. 속도와 빅데이터가 구성체다. 미래 산업 경쟁력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그려지고, 손과 발에서 만들어진다. 셋째, 인구의 이동은 매우 빨라지고, 안정화된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이동수단은 지금의 10시간 넘는 시간에서 3~4시간 안으로 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70억 세계인구 중 30억 인구가 태평양-인도양 상에 있다. 5G 이후 통신세대, AI, 무인자동차와 양자컴퓨터 등의 문명 변화는 그 안을 채우거나, 그 기능을 발휘케 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등장을 예견케 한다. 우주항공산업은 이런 모든 기술발전의 종착점이다. 넷째,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 모두가 이러한 이해관계에 공감대를 이루고 교육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간 수명이 100세 시대에서 200세 시대로 간다면 어떨까. 우주항공 시대로 간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운 시대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노동과 자본의 시대에서 ‘브랜드’ 혹은 ‘이미지’라고 하는 제3의 무형의 가치가 보다 중시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원론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노동과 자본도 자원의 한 가치다. 하지만 21세기 후기 문명사회의 근본 판의 변화가 시작했다. 먼저 서구의 가치철학과 동양의 가치철학이 서로 다름과 같음이 있다는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서구 중심의 산업발전, 물리학, 가치체계의 변화를 타고 이루어졌던 고전주의, 마르크시즘, 케인지안의 의미 등에 대한 재해석의 노력이 필요해지는 시기다. 이미 1917년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은 74년 만에 막을 내렸다. 미래 사회와 미래 인간을 얘기할 때 이미 자본주의 시장체제도 ‘차선책’일 뿐 최선책은 아닐 수 있다는 논쟁도 진행형이다. 소득 양극화, 인간 수명의 연장에 따른 생애주기의 변화 등 시장 자본주의의 근간도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블루보틀’에서 5~9시간 줄을 서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애플 스토어에서 신상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야 한다. 시대는 변화하고, 그 시대의 변화에 핵 분열과 같은 미세분열은 인간들의 열정, 이해관계 등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미래는 ‘빛의 속도 사회’다.”

―한국경제의 무엇이 문제인가.
“1997년 외환위기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살펴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모두에게 있었다. 소위 정경유착은 국가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시대변화에 담지 못했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던 시기다. 어쩌면 지금도 외환보유고만 4천억 달러 있으면 끄떡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위기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5G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5G에서 구동되는 부품과 소재의 기술력이다. 무엇보다 요즘 유행어인 빅데이터의 집적과 활용이다.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과연 AI 등의 미래 기술력 시대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 구성원들이 가지고 가야할 경제활동의 ‘가치’에 대한 불명확성이다. 1960년대 이후 축적된 부와 ‘잘살아보자’는 경제가치 개념은 1997년에 붕괴됐다. 국가 부의 누수와 중산층 붕괴는 대한민국 헌법적 경제가치, 즉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할 가치를 크게 훼손했고, 지금도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산업구조 리포맷팅, 리모델링을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시대 사조 변화에 대한 사회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행복을 위한 경제의지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다.”
취재=안형철기자
사진=노민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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