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지난 해 서울지하철 1~8호선의 하루 평균 승강장 안전문 고장 건수가 지난 2016년에 비해 약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6년은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가 났던 해로 그 이후 안전망이 강화됐다는 것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3년 전 지하철 9호선 구의역에서 혼자 승강장 안전문을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고 김 군의 사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김 군의 사고 이후 비정규직 문제, 위험의 외주화, 열악한 노동환경 등에 대한 많은 사회적 문제 제기와 개선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 도중 목숨을 잃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동일한 문제 제기와 논의가 있었다. 그나마 서울교통공사는 구의역 사고 이후 승강장 안전문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온 결과 사고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일단 정비직원 수가 146명에서 381명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승강장 안전문 전담 관리조직을 신설하고 인원이 보강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외주 용역업체 소속이던 신분이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김 군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결실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배제하고 정규직 전환을 통해 그만큼 안정적인 현장 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었다는 설명이다. 즉 승강장 안전문의 장애물감지센서를 교체해 선로 쪽이 아닌 승강장 쪽에서 안전하게 점검과 유지 보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써 김 군과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267개 역에서 안정성이 높은 레이저스캐너 방식의 센서 교체가 완료됐다고 한다. 작업자의 사고 예방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 안전에도 바람직한 일이다.

구의역 사고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채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의 힘든 삶을 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현장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실천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작업관리 규정이나 업무 매뉴얼 등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하는 기본 원칙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안정한 신분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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