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서 기강 해이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의전실수가 아니다. 외교부의 모 직원이 한국당 의원에게 지난 7일에 있었던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것이다. 게다가 이를 알게 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한 두 정상 간 내밀한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에 청와대가 외교부 직원을 상대로 보안 조사를 한 결과 이를 유출한 직원을 적발한 것이다. 이 두 사람은 고교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상 사이에 오간 통화 내용은 국가 간 협의에 의해 발표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두 정상이 발표하지 않은 부분을 유출하여 만천하에 통화내용을 밝힌 것은 외교 관례에도 한참 어긋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불쾌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 간 외교를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이 기밀유지 내용을 가까운 사람에게 유출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자격 미달의 행태다. 더구나 유출된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상세하게 밝힌 것도 잘한 일은 아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도 아니며 국가 간 신뢰만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다.

외교부 직원들의 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거의 유례없는 일이다. 작년 10월 발생한 외국 주재 외교관들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정직 3개월의 징계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관들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을 때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지만 정작 징계 처분이 가벼워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외교부는 정직 3개월이 중징계라고 말하지만 이와 비슷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국방부의 중징계 조치와 비교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적 행사에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의전 실수가 한두 건이 아니고, 주요 자료에 국가 명을 잘못 표기하는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발생하지 않을 일에서조차 실수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 나간 외교관들의 성추행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여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거기에 이번에는 외교관이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고 정상 간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는 일까지 발생했으니 이 부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외교부 내 연이은 기강 해이와 전문성?도덕성 부족으로 인한 실수가 만성화되는 것은 아닌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