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다양한 현대사회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극한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죽음도 팔자라며 오늘도 고층빌딩 건설현장에 설치된 낭떠러지 같은 비계 위를 아슬아슬 걷고 있다. 그러나 만약의 사고가 발생 할 경우 그것이 일상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하늘이 준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하지 아니한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970여명으로 거의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전체 사망자중 절반정도인 480여명이 건설노동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망원인 대부분이 추락사와 끼임 사고로 밝혀져 건설공사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건설노동자들이 산재에 노출된 원인중의 하나는 도급계약(都給契約) 라는 낡은 제도가 한 몫을 하고 있어 계약제도의 대대적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도급계약이라 함은 어떤 공사나 제조, 용역 등을 주문한 당사자와 이를 수급한 당사자가 주문된 결과물이 완성되어 인수인계 되었을 경우, 대가를 지급하는 하나의 계약행위다. 따라서 도급계약은 완성된 일의 결과를 목적으로 하는 점이 특징이며 과정 자체는 법률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하도급(下都給)등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발주자와 계약한 금원과 조건에 따라 완성품만 인도를 하게 되면 제도상의 문제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공사를 낙찰 받은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 대한 단가와 제반 경비 후려치기 등 불법을 일삼는 것이고 하도급자는 설계내역보다 인건비나 비용 등을 줄여서 이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부실공사는 물론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원도급자가 종합 건설공사를 수주하여 공종 일부인 창호공사를 하도급을 줄 경우 설계상 보통 인부는 200명으로 가정 할 때 하도급과정에서는 150명으로 줄이고 일반 경비 또한 설계비용보다 감액하여 하도급을 줌으로써 원도급자는 설계상 100분의 15에 대한 법정 이윤율과 단가후려치기로 50명분의 인건비와 일반경비 감액분 등 꿩 먹고 알을 먹는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 사실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간 이면으로 계약함으로써 외형상 부각 되지 않을 뿐이지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다.

도급계약제는 수공업이 발달했던 유럽 중세시기에 인건비와 제반 경비를 줄일 목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 시절, 침략자 일본은 우리 국민들을 탄광 노동자로 강제 징용하면서 노동력 착취수단으로 악용했다. 그러나 도급이라는 계약제도가 우리 민족의 노동력 수탈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했다는 과거의 역사를 알고 있음에도 광복을 맞이한 지 7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현재 모든 관급 계약체결의 근간이 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하는 공사계약서의 법정 서식은 모두 ‘공사도급표준계약서’ 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급계약은 과거 공사비 산출시 공정과 설계단가가 과학적이지 못한 시기에 추정가액 형식으로 사업비를 산출했기 때문에 정해진 사업비 안에서 ‘도급’이라는 조건으로 수급자로부터 책임 있는 완성품을 얻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건설공사 총액의 근간이 되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사업비의 경우 정부에서 1년에 상?하반기로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건설공사 시장을 조사하여 공종명칭과 규격 , 단위별 단가, 노무비율 등을 감안한 ‘건설공사 표준시장 단가 적용 공종 및 단가’를 공고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서 감리단이 이를 정확히 관리 한다면 계약서에 ‘도급’이라는 용어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도급 계약은 결국 하도급 업체의 피골을 빼먹는 노예계약 제도로써 현재 경기도에서 표명한 공정한 세상을 위한 ‘표준시장 단가’ 적용과 반하는 계약 제도이므로 지금이라도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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