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던전 가서 오우거 잡자.”

전사, 마법사, 궁수, 마검사로 이뤄진 4명의 소년 모험가들이 괴물 오우거를 잡으러 갔다.

전사는 홀로 오우거에게 돌진한다. 궁수는 전사가 불리할 때 화살을 쏴 오우거의 주위를 끈다. 그동안 마법사는 강력한 마법을 시전한다. 마검사는 상황에 따라 전사와 마법사 사이를 오가며 전술적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오우거는 소년 모험가들의 전술이 통하지 않았다. 소년 모험가들은 전멸했다.

학생 시절 했던 게임을 회상해봤다. 이 서사시로부터 15년 후, 소년 모험가들은 모험 같던 놀이를 회상하며 웃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 제72회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록했다.

질병 등록에 찬성하는 측은 게임중독이라 불릴 정도로 일부 심각한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질병 등록 반대 측은 질병에 대한 판단 기준의 모호성, 심각한 사례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 부족 등을 지적한다.

WHO의 결정으로 인한 파급효과에 대해 사회 전반에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하지만 이들 중 게임 자체를 문제시하는 편협한 시각도 간혹 보인다.

특히 어느 한 토론 방송 패널은 “(게임) 그건 중독”이라고 단정 짓기까지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일을 가지고서 말이다. 질병 등록을 찬성하는 정신과 전문가마저도 토론에서 게임과 관련된 ‘일부 심각한 사례’를 지적했지, 게임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 수 없다.

게임은 이미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정착됐다. 그리고 시대는 워라밸과 호모 루덴스(Homo Ludens - 놀이하는 사람)가 각광받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변하는 시대에서 게임이라는 놀이문화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며, 반지성주의의 산물일 뿐이다.

오우거를 잡으러 갔던 4명의 소년은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다.

박병준 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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