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을 고치기로 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0%가 부모라는 사실은 훈육이란 명목으로 행해지는 가정 내 아동폭력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아동학대로 매달 3명 정도의 아동이 숨진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아예 훈육 차원의 체벌도 금지하도록 법을 고쳐 가정 내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큰 틀의 원칙은 나왔지만 수사대상 체벌의 범위와 기준이 상당히 애매모호하여 각종 변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는 일이 통용되어 왔었기에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경찰도 아동학대 수사기준을 담은 새 매뉴얼을 일선에 배포했다. 신체적 체벌은 물론 비교, 차별, 편애, 따돌림도 정서적 학대에 포함시켜 수사 대상에 넣기로 했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를 다른 형제 또는 친구와 비교하는 것도 수사대상이 된다는 점은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와 차별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고 정도와 지속성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를 경찰이 개입하여 수사한다는 것은 자칫 지나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대 수준이 아닌데도 자녀가 부모를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경찰이 아동학대의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아동학대를 신고 받고 출동해도 남의 집 일에 왜 간섭하느냐고 반발하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번 친모와 계부에 의해 숨진 여중생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아동학대로 희생되는 아동?청소년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모호한 수사기준으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구체적 기준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이번 조치 가운데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민간기관에 맡기지 않고 시·군·구가 직접 나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한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지자체 소속 아동보호기관들과의 효율적인 협력을 통해 더욱 안전한 보호망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또한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태어난 모든 아이를 의료기관이 국가에 직접 통보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국가가 아동의 신원을 파악하여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제도이다. 이번 조처는 일부 논란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아동의 인격을 존중하고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한걸음 더 나갔다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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