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가 주문받아 학생에 제공, 학교내 편의점 축제기간 판매도… 교육부 "술마시는건 금지못해"

21일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축제현장에서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김형욱기자
21일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축제현장에서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김형욱기자

“학생들이 외부에서 술을 사 가지고 오는 과정에서 술병이 깨지는 등 안전 사고 우려가 있고 학교 인근에서 일부 상인들이 학생들에게 술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술 배달대행’을 기획하게 됐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번 축제 기간 동안 이른바 ‘술 심부름’을 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축제에서 총학생회는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을 위해 이른바 ‘술 심부름’을 자처했다.

학생들이 주류를 구매하면 총학생회 관계자가 주문을 받은 뒤 외부 업체에서 술을 가져와 구매한 술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21일 오후 9시 30분께 찾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대운동장에 마련된 축제 부스에서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와함께 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술 배달대행’ 부스에는 학생들이 술 주문을 하기 위해 선 줄이 2~3m 가량 이어져 있었다.

주문을 받는 곳에는 ‘각 타임마다 1인당 2병으로 제한’이라는 문구와 함께 오후 6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주류 수령 시간이 적혀 있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올해는 학생회에서 학생들 주문을 받아 외부에서 술을 운송해오는 서비스를 해줘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해 작년보다 술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덜했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9시께 찾은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서도 한창 축제가 진행중인 가운데 축제 부스마다 술을 마시고 있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대학 총학생회는 이번 축제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학교 내 편의점 업체 측에 축제 기간 동안만 주류를 판매하도록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편의점은 술을 학생들에게 판매했다.

실제 이날 주류를 판매하는 학내 편의점은 주류를 구매하러 온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재학 중인 최모(25)씨는 “작년에 처음 교내 술판매가 금지됐을 때 학생들이 술을 사러 멀리까지 나가야 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편의점에서 술을 살 수 있도록 학생회에서 안배해 술 구입에 있어 지난해만큼의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대학 축제 기간 동안 벌어지는 각종 음주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학내에서 운영되는 주점에 대해 주류판매업 면허 소지자만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대학 내 주류판매 금지와 관련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각 대학에서는 정부의 취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직접 술 판매가 아닌 변질된 형태의 술 판매를 권장하고 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내세운 정책이지만, 정작 학생들이 거부하는 모습이다.

이에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내에서 학생들이 술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지,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며 “각 대학이 나서서 규제한다면 모를까 교육부가 규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형욱·하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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