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공백 심각, 2천600여 세대 중 64% 빈집… 유리창 깨고 도둑 침입 등 빈번
수원·조합, 비용 등 문제로 방치… 경찰, 지역 넓어 순찰 역부족

수원시 장안구 111-1구역 주택재개발지역의 436개 건물 가운데 280여 곳이 빈집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6일 수원시 장안구 111-1구역 주택재개발지역의 모습. 하재홍기자
수원시 장안구 111-1구역 주택재개발지역의 436개 건물 가운데 280여 곳이 빈집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6일 수원시 장안구 111-1구역 주택재개발지역의 모습. 하재홍기자

수원의 한 재개발 지역이 빈집을 노리는 절도범들의 기승으로 치안공백이 심각하지만, 치안 당국은 인력과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수원시와 수원 111-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조합) 등에 따르면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530―6번지 일원(수원 111-1구역)은 내년도 상반기를 목표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조합과 GS건설은 낡은 상가, 주택 등이 들어서 있는 13만8천여㎡ 규모 지역을 재개발해 2천6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이 지역 건물 430여곳 중 64%(280여곳)이 빈집으로 파악되며, 조합 소속 주민들은 이미 이주를 마쳤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되고 빈집이 늘어나면서 이를 노린 범죄가 지속되는 등 치안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4일 방문한 111―1구역 내 낡은 건물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연출됐다.

길가에는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어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지역처럼 보였다.

현재 111―1구역은 토지 감정 평가 등을 기다리거나 조합과 보상금액을 협의 중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밤마다 빈집을 뒤지고 다니는 절도범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 A(62)씨는 “이 곳 주택들이 오래되고 담벼락도 낮아서인지 고물상에 비싸게 팔수 있는 알루미늄 창틀, 보일러 등 고철을 노리고 오는 도둑들이 많다”며 “한밤중에 불이 꺼진 건물에서 무언가를 부수는 소리,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한 2층 주택에 도둑이 침입해 유리창을 깨고 서랍과 다락방을 뒤진 뒤 보일러 등을 훔쳐가려 한 사건도 있었다.

집 주인 서모(59)씨는 “우리 집 옆 공가에서 담을 넘어온 도둑이 잠겨있는 2층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며 “서랍장과 다락을 전부 뒤지고 난로까지 가져가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도둑 문제로 경찰이 다녀간 것만 벌써 네 번째로 치안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111―1구역 내 치안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자체와 조합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 지구대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정자지구 순찰을 돌고 있지만 해당 지역이 넓어 치안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3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관련기관에 공폐가 출입금지 현수막 설치와 출입문 폐쇄 및 잠금장치 설치에 대해 협조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이미 30대의 감시카메라와 4명의 경비 인력을 두고 치안 유지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며 “지출 문제 등으로 더이상 확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인력과 비용 문제 등으로 경찰의 요청을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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