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는 지역화폐 발행액 목표치를 2조원으로 세웠다.
목표치의 4%에 달하는 800억 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금으로 주기로 했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경우 3~10% 정도를 할인받게 되는데 정부는 할인액의 일정 금액을 대주면서 지역화폐 이용을 독려키로 했다.
지역화폐 발행이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언급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발행에 나섰다.
이 추세에 따라 올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243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발행했거나 발행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시 서구는 지역화폐 ‘서구e음’을 발행하면서 전자식 화폐 가운데는 가장 큰 규모인 1천억 원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이달 1일부터 발행이 시작된 서구 지역화폐의 현 시장을 파악하고 지역화폐의 명암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서구 지역화폐 추진 민관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녕(46) 서구상인협동조합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일반인 중에서도 지역화폐 전문가로 꼽힌다.
 

-정부 예산 편성에 따라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역화폐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역화폐는 왜 필요한가.
“국내 소비는 서울로 집중된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경우 소비 유출율이 높다. 특히 신도시들은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주민 1천명이 모이면 소상공인들은 100명이 가게를 차린다. 1천명의 소비를 계산하고 운영에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절반만 지역에서 돈을 쓰고 나머지는 서울 등 인근 소비 집중 지역으로 빠져나간다. 신도시의 경우 소비 인원이 400명 이하로 떨어진다. 자영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1%의 경제지표를 올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 지역 내에서 소비가 많이 일어나게 해서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게 지역화폐 발행의 본래 취지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우선 사용 금액의 일정 부분이 캐시백(cash back )된다. 10%를 돌려준다고 가정하면 정부와 광역단체, 기초단체가 각각 10% 내 비율을 나눠 캐시백 금액을 지급한다. 정부의 지원은 4%까지 가능하다. 사용하는 사람들은 현금처럼 30%를 소득공제를 받게 된다. 자영업자들은 카드수수료의 일정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인천 서구는 전국 최대 규모로 발행 1천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실제 현장은 어떤가.
“지난 1일부터 판매했는데 27일까지 발급받은 인원만 5만8천641명이다. 서구 인구가 55만 명인데, 10명 중 한 명이 한 달도 채 안 돼 발급을 마친 상태다. 서구e음은 인천 서구라는 지자체에서 사용할 때 혜택이 크지만 서구를 벗어난 인천 전역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서구 지역화폐는 전자식 선불카드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26일까지 충전한 금액은 235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 결제한 금액은 184억 원이다. 서구라는 지역에서만 사용한 금액은 81%인 147억 원이 넘는다. 1인이 하루 평균 1만7천 원 꼴로 사용했다. 한 달 만에 폭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서구e음 화폐 발행이 다른 지자체와 차별점이 있다면.
“그동안 국내 지역화폐들은 대다수 관(官)주도로 발행됐다. 소비자의 수요나 욕구 등을 조사하지 않고 예산에 따라 퍼붓기 식으로 찍어대다보니 단체장이 교체되면 지역화폐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서구의 지역화폐 모델을 다른 지자체에서 배워야하는 이유는 우리는 민관운영위원회가 주체가 됐다. 관이 일방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관과 상인 대표, 시민 대표, 지역화폐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발행과 판매, 홍보 등을 진행했다. 관이 주도했을 때는 밀어내기식이지만 민관이 함께 갈 경우 민이 가지고 있는 지역 경제 이바지와 관의 행정력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지역 상인들과 맘카페까지 같이 나서면서 활성화에 나서다보니 더 많은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실제 사용되고 있다. 상인들도 기대치가 높다. 관이 주도적으로 경기부양정책을 내놓더라도 재정적으로 어려우면 힘들다. 민관이 함께 나서면 정책의 분수효과가 발생한다. 침체된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골고루 다양한 사람들이 누리게 된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지역화폐 외에도 낙수효과를 노린다든지 다른 자본 시장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조세는 분배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기존 정책들을 살펴보면 정치인들의 형식적인 공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정지역이나 전통시장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장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들 한다. 이는 조세의 성격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지만 지역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시장 경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어디서든 내 돈을 쓸 권리가 있는데 전통시장의 여건을 개선해준다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냐고 물으면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두는 경제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경제다. 효율대비 가성비를 따진다면 지역화폐만한 것이 없다.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지역화폐가 큰 역할을 한다는 뜻인가.
”예를 들어 전통시장에 수백억 원을 들여 주차타워를 설립하면 유동인구들의 편의가 증대한다. 반면 지역화폐는 이에 절반도 미치지 않는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낸다. 지금 지자체에서 4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역화폐를 발행했다고 보면 1천억 원 이상의 효과가 있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에게 소득을 나눠주기는 힘들다.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 요인이 된다. 지역화폐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경제 부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주면 소득은 그만큼 늘어난다. 상인들에게도 매출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소상공인들 입장에서 지역화폐의 이점은 무엇인가.
”국세청에 지역화폐 등록을 하면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 원자재나 도매품을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밖에서 구매했는데 이제는 할인이 되니 교통비, 시간 들이지 않고 여기서 구매하면 된다. 멀리 가던 거래처가 이제 내 동네가 되는 셈이다. 기업과 기업이 전자 문서로 거래하는 비투비(B to B)도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전자식 지역화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지역화폐를 이야기할 때 사회경제의 한 분야로 가능성, 실험적, 대안 등으로 이어진다는 게 통상 분석이다. 그동안 지역화폐 발행으로 가능성을 찾았다고들 만 했다. 그런데 곳곳에서 지역화폐 발행이라는 실험을 통해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체감 경제효과는 실제 사용량의 2~3배로 오기 때문에 지역화폐의 성공은 더 피부로 와 닿게 된다.“

-전자식 지역화폐나 지류 지역화폐 등은 선불식이다. 결국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만이 지역화폐를 사용했을 때 혜택을 받는 부익부빈익빈 현상 아닌가.
”경제는 돈이 돌아야 돌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는 사람들은 먹고 사는 일에는 큰 관련이 없다. 1% 사람들에게는 명품이라든지 부동산이라든지 다른 소비가 따르고 지역화폐 자체는 우리 서민을 위한, 다수를 위한 정책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더라도 현금으로 결제를 해야 하지 않나. 어차피 소비를 한다는 것은 매한 마찬가지다.“

-소위 현금 돌리기 ‘깡’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류 화폐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전자식으로 화폐를 만들면 내가 어디서 얼마를 충전하고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록이 남는다. 캐시백도 현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화폐에 충전머니 형태로 주기 때문에 현금 돌리기는 가능치 않다. 일부 돌려주는 혜택 때문에 금으로 사두는 ‘황금열쇠 쟁여두기’란 소문도 있는데 금을 매입할 때 현금으로 계산을 해야 더 싸다. 전자식 카드 화폐를 사용하면 일정 수수료를 더 받는다.“

 

강남규 서구의회 복지도시위원장

김 사무국장과의 인터뷰에는 국내 최대 규모 서구 지역화폐 발행의 근간이 된 ‘인천시 서구 지역화폐 발행 및 기금 설치 조례안’을 만든 강남규 서구의회 복지도시위원장도 동석했다.

그에게 지역화폐가 퍼주기식 복지정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지역화폐는 현 정부와 여당의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강남규 위원장은 ”해마다 정치의 기본적인 개념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있다. 지자체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 연장선으로 보면 지역화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중소상인들을 지원해야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해마다 전통시장의 주차장 설립, 현대화 사업,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등에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중소상인들을 지원하는 건 단순 구호 사업에 그친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시대정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돈이 돌아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지역화폐 성공은 중소기업 상인들을 위해 중요하다. 외부로 자금이 흘러가거나 많이 쥐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다면 그것이 문제다. 경제 선순환 구조를 봤을 때 지역화폐는 가장 최적화된 모델이다. 지역에서의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면 인구 유입과 주민들의 정주 의식 확고, 지역 공동체 형성 등 기타 파급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제정책으로 바라봤을 때 지역화폐는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지역에 쏠려있는 돈이 안으로 돌면서 상인들의 숨통이라도 틀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정책이다. 아직까지 소비자들보다 상인들에게 홍보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소상공인들에게도 좋은 정책이 분명한 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지역화폐 근간이 스스로 지역 업계들을 광고해주고 있고 결국 매출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상공인 정책이 성공하면 소비자에게도 성공한 정책이 된다. 이 정책이 한시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서민들에게 먹고사는 문제 해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수가 만족하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

조현진기자/chj86@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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