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가 기부 및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금방식의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 모집과 관련된 활동 프로그램 개발, 매체를 통한 기부금 모집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도민들의 적십자사에 대한 인식은 전체적으로 적십자 주요 활동에 대한 이해와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사업의 다각화와 더불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대외적으로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적십자와 관련이 있는 관계자 집단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 그룹으로 나누어 인식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기부행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반인 그룹에 비해 기부나 후원, 봉사 경험이 더 많고 참여의사도 높으며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이해도도 높게 나타났다. 일반인 그룹은 기부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저항이 있는 듯하다. 기관에 대한 불신이나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과 같은 명분을 바탕으로 기부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찾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론에 볼 수 있다. 적십자사는 비영리단체 최초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해 재무투명성을 높였다. 언론사가 조사한 공익법인 투명성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거 창립된 대한적십자사가 114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경기적십자사는 올해 71년째다. 그간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을 펼쳐온 적십자에 대한 도민의 인식을 알고 싶었다. 적십자는 공공자산이다. 적십자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애정을 갖고 봉사 활동과 기부캠페인 등에 참여하는지, 특히 적십자 모금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갖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대한적십자경기도지사(이하 경기적십자)가 도민의 경기적십자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나선 이유다. 다양한 사업전반에 대한 민낯을 파악하여 향후 도민의 인도주의 활동 참여를 장려하고 적십자 사업에 대한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대면접촉을 통한 조사에 도민 773명이 참여했다. 연령은 50대가 23%로 가장 높지만 전반적으로 전 연령대의 비율이 고르게 분포됐다. 직업분포는 사무직 21.5%, 가정주부, 전문직, 학생, 기타 순이었다. 수집된 자료는 코딩작업을 거쳐 통계패키지인 SPSS25에 의해 분석했다. 기부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하다.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기부를 한다고 해도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 지로용지를 받으면 마치 세금 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기부를 주변에서 강요하면 기분이 나쁘다. 일반인은 기부에 대한 저항감과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기부 행위를 요청할 때 심리적 저항을 줄일 수 있게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많은 응답자들은 기부 행위에 있어 외부 요청이나 압력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자발적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응답했다. 일반인 그룹에서 ‘얼마나 투명하게 기부금이 운용되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비율이 관계자그룹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기부처 또는 기부 단체 선정 시는 전체그룹 모두 ‘기부단체의 평판, 신뢰성과 기부금 사용처 및 대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회비는 지난 1952년 회비모금에 대한 대통령 담화발표로 지방 행정기관이 모금을 대행했다. 이후 매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의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 담화문을 발표했다. 1970년 읍면동 직원을 적십자회비 모금위원으로 위촉 1979년 내무부장관과 적십자사 총재 간 회비모금업무지침을 제정하여 1991년 통장,리장,반장을 회비 모금위원으로 위촉해 오다 2000년 지로형 자율납부제도를 전면 실시해 오고 있다. 개인 동의 없는 지로 발송, 세금고지서 형태의 지로 용지에 대한 개선요구가 증가했다. 심지어 지로배부 거부분위기마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정적 회비모금 제도운영이 절실해졌다.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일반회비모금제도에서 후원회원 중심의 모금제도 조기 정착이 필요하다. 도민의 절대적 지지가 요구된다. 후원금의 지로납부에 대한 인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로방식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하는 구체적인 납부형태로는 모두 ‘모바일 앱에서의 결제방식’을 꼽았다. 납부방식의 편리함과 지로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한 대안일 수 있다.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에 방점을 두어 그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가 있는지를 되짚어보게 하는 것이 기부 저항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 아직도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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