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만 보고 있으면 입맛이 쓰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가진 국민이 타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는데 모든 국민의 방패막이가 되야할 대한민국의 조치가 실망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라는 큰 아픔을 가진 나라가 타국에서 선박 사고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일부는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마치 헝가리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소극적이기만 하다고 느껴진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조사해 봐야겠지만 늦은 시간에 억지로 여행프로그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운행을 감행한 선장과 선박 사고를 내고도 구조작업도 무시한 채 운행을 감행한 또 다른 선박에게 잘못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타 외국 선박의 잘못으로 비싼 여행 경비를 내고 먼 타국까지 간 대한민구의 국민들이 참변을 당한 억울한 사고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헝가리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기는 커녕 헝가리 정부 총리가 사고 이틀 뒤에 자신의 손녀딸과 사고 현장 인근에서 생일 기념사진을 촬영해 올리는 등의 만행을 보였음에도 유감의 뜻 하나 발표하고 있지 않다는 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개탄스럽다.

이번 헝가리 사고의 유가족 입장에서 보자면 대체 이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와야 하는 지 납득조차 안 될 정도로 억울하고 분할텐데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그들에게 보여준 행동들과 조치가 얼마나 피부와 상처에 와 닿았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헝가리 사고를 두고 일본의 극우 단체들이 조롱에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극우론자들의 생각이겠지만 ‘헝가리 대사관 앞에 동상을 세우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데모를 할 것이다’라던지 ‘향후 수십 년 동안 배상하라! 사과하라! 라고 할 텐데 헝가리 관계자들이 불쌍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외교가 얼마나 바닥으로 추락했는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하기 위해 준비된 공군 1호기에 설치된 태극기의 거꾸로 달려 있다가 급하게 바로 잡은 것은 물론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양국의 우호협력관계 증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 마련된 태극기가 잔뜩 구겨진 채 그대로 사용됐던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자국의 상징이자 얼굴이고 자존심인 국기의 중요성과 예우조차 모르고 있는 시점에서 자국민이 먼 타국에서 사망한 사고가 그냥 그런 사고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갖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링컨 대통령이 말한 너무나도 유명한 문구인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라는 명언이 떠올랐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불과 한 줄도 채 못 되는 문장이지만 대한민국이 가야할 방향성이 모두 담겨있는 문장이 아닐까.

헝가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대한민국에서 가용할 수 있던 모든 인력을 데려가서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수색에 나섰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헝가리 정부에 헬기를 빌리지 말고 독일에서 군견을 빌리지 말고 우리의 헬기로 우리의 군견을 모두 데려가 수색했다면 좀 더 많은 실종자를 일찍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을 선뜻 선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남자로 태어난다면 국가를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군복을 입고 의무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하며 여자로 태어난다면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남존여비의 편견을 이겨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래 그런 건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고 치자. 어느 국가에나 크고 작은 문제점을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대한민국에 소속돼 세금을 내고 각종 의무를 다하며 살아가는데 내 나라가 날 보호해주지 못하고 내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것을 그냥 그렇다고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견학차 찾았던 독일의 거리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우연히 마주친 태극기를 보고 왜 인지 모르겠지만 가슴 한 켠이 뭉클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며 난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게 좀 더 자랑스러웠으면 한다.

문완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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