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제주도’ 하면 한라산이 폭발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한라산은 제주도의 가장 마지막에 분출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 폭발한 화산들이 오름을 이루고 있다가 가장 마지막에 터진 것이다. 또 제주 바다에는 섬이 되지 못한 해저 분화구도 많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제주도와 하와이가 ‘형제 섬’이라는 것이다. 하와이와 제주도는 형제 섬처럼 공통점이 많은데 화산섬의 분화구가 있다는 것과 둘 다 마그마를 머금고 있던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진 순상화산이라는 것과 마지막으로 두 섬 모두 방패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문경수(43) 과학탐험가에게 주변 가까이 있는 것부터 멀리 우주까지 모두가 탐험의 대상이다. 그가 추구하는 탐험은 히말라야 등과 같이 자연을 정복하는 등의 탐험이 아니라, 과학으로의 탐험이다. 그가 탐험의 길에 들어선지도 14년이 넘었다. 호주 사막에서 3일 반 동안 200km를 걸어 나오는 등의 죽을 고비를 넘겼음에도, 그에게는 모두가 호기심의 대상이다. 2016년에는 국내 최초 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함께 서호주를 탐사한 탐험 입문서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 와 지난해에는 제주도의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낸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등을 펴내기도 했다.

수년 전부터는 제주의 과학적 신비에 빠져 “하와이의 어떤 분화구보다, 과학적 가치로는 성산일출봉이 1위”라고 힘을 줘 이야기하는 문경수 과학탐험가를 만나 과학탐험가는 어떤 일을 하며, 주변에서, 인생에서 즐길 수 있는 탐험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1호 과학탐험가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탐험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과학탐험가는 과학적 주제(우주, 공룡, 오로라, 화산, 극지)들을 탐험하는 사람입니다. 탐험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서비스와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과학+여행, 과학+콘텐츠, 과학+방송, 과학+모바일 등으로 확장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과학포기자에서 과학탐험가가 되기까지, 과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과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과포자이긴 했는데, 우주를 좋아해서 천문학과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순간에 한 선배가 조언을 해줬어요. 우주를 연구하는 것은 천문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요. 인간이 우주공간에서 생활하려면 식량, 의복,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컴퓨터를 좋아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전공해서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졸업과 동시에 인공위성 관제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다시 우주를 만나게 된 것이죠. 과학에 재미를 붙이는 좋은 방법이라면 과학책을 읽고 그 배경이 되는 현장이나 공간, 사람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합니다.”

-컴퓨터를 전공하고 인공위성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만들다 NASA와 함께 아시아인 최초로 서호주를 탐험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NASA와 함께 일을 하시게 된 계기와 정확히 어떤 일을 함께 하시게 된 것인가요. 또 함께 할 일이 있으신지요.
“2010년 NASA 우주생물학 그룹과 서호주 탐사를 했습니다. 호주의 한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저자였던 NASA 과학자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 함께 탐험을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 이후로 2년에 한 번씩 계속 NASA 과학자들과 호주를 탐험하고 있는데요. 저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과학자들이 탐험하는 일(화석 발굴)을 돕고 그들의 연구결과를 글이나 영상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성과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과학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제가 만든 영상이 호주 우주생물학 연구소 사이트에 업로드돼 있습니다.”

-인공위성 관제시스템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점이 가장 흥미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문경수 탐험가에게 우주는 어떤 존재인가요.
“저도 조금 기여한 관제시스템을 탑재한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면서 신호를 보내고 지구 사진을 찍어 보낸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을 때와 같은 설렘과 떨림이라고 할까요. 그 다음날부터 평범했던 일상이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달은 왜 지구랑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매일 모양이 바뀔까? 별은 도대체 빛나는 원리가 뭘까? 같은 원초적인 질문이요. 결국 우주는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탐험가가 된 이유와 어느 나라 어느 곳을 탐험했는지, 에피소드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의 이야기 들려주세요.
“탐험이 단순히 모험을 즐기는 행위를 넘어 과학을 전달하는 또 다른 채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학기자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호주에 가서 여행사 일을 배우게 됐습니다. 탐험을 하려면 사막지형을 잘 알아야 하니까요. 그러던 와중에 조난을 당해 호주 사막에서 200km를 걸어 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긴 하지만, 지금은 숙련이 돼서 이런 실수를 거의 하지 않죠. 이후부터는 고비사막에서 공룡을 발굴하고, 알래스카에서 오로라와 극지 공룡을 탐험하고, 하와이에서 천문학과 화산학을 주제로 계속 탐험 포트폴리오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과학과 우주의 신비를 함께 나누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가요.
“강연과 방송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기회를 늘려 가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여름 TVN과 함께 작업해 방영된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유타 사막에 있는 화성 탐사연구기지에서 화성 탐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왔는데,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인간이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고립된 환경해서 잘 견디는 신체능력이 필요한데 바로 그 신체능력을 테스트하는 곳이었어요.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도 제게는 큰 시사점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제주도 탐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주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과학으로 본 제주도는 어떤가요.
“외국을 탐험하면서 많은 외국 과학자들로부터 제주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제주의 가치는 무엇인지 그때부터 조금씩 찾아보다가 하와이에서 우연히 만난 화산학자로부터 제주의 핵심가치인 지질학적 다양성, 생태학적 고유성, 인류학적 다양성에 대해 전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주도를 집중적으로 탐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도 제주도 탐험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탐험 당시 가수 이효리씨가 하는 한 프로그램에 우연히 참여를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과학 탐험을 위해 해외에도 많이 다니는데 우리나라와 비교를 했을 때 우리나라 과학 발전의 수준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과학 분야 연구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기초과학 분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엔 한국에도 이정모, 김상욱, 이명현, 장동선 같은 과학자 겸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많이 등장해 과학대중화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과학을 포기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학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 부모들의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이들의 호기심에 투자하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이후에 공룡을 좋아하면 놀림을 당합니다. 공룡을 좋아해서 나중에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걱정 때문인데요.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공룡 학도들은 공룡으로 대학원 과정을 이수한 다음에 디즈니, 픽사 같은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가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개발합니다. 호기심이야말로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말이죠. 이제 시선을 조금 바꿔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학생이나 성인들이 학업과 취미 등으로 주변에서 탐험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사박물관이나 과학관을 베이스캠프로 삼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는 과학관이나 박물관이 전시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데요. 사실 두 기관 모두 연구자들이 상주하는 곳입니다. 박물관에서 탐험할 주제를 찾고 일상 속으로 대상을 발견하고 관찰해 보세요. 아무리 작고 하찮은 대상이라도 관심 갖고 관찰하다 보면 분명 말을 걸어올 겁니다. 나 좀 알아봐 달라고.”

-취업·결혼·출산 등 인생의 탐험 중 어려움에 부닥친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세요.
“어떤 일이든 시행착오와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죠.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시행착오와 실패라는 단어보다 ‘또 다른 형태의 경험 데이터’라는 표현을 자주씁니다. 어떠한 일이든 경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으면 목표지점에 이르기 어렵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실패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험데이터를 쌓은 과정일 뿐이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국내 1호 과학탐험가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니는데요. 2호 3호 과학탐험가를 찾고 더 많은 탐험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입니다.”

취재=김동성기자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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