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참맛은 새로운 경험이다. 새로움이 없는 여행은 알맹이가 빠진 열매일 뿐이다.

그러나 여행자들에게 국내는 좁고, 새로운 여행지를 찾기란 쉽지않다. 때문에 매년 해외로 나가는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갈수록 국내 여행지는 열악함을 더해가고 있다.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최근 1년간 전국에는 ‘관광명소’가 될 1천여개의 새로운 관광지 및 관광테마들이 생겨났다.

새롭고 신선한 새로운 여행을 하고 싶은 여행자들을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최신 관광지를 가보는건 어떨까?
 

▷서울식물원, 식민지역사박물관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서울식물원은 지난달 1일 정식 개원한 신선하고 아주 새로운 관광지다.

서울식물원은 국내 최초의 야외 식물공원을 표방하고 있다. 서울식물원을 대표하는 식물문화센터(온실)는 열대와 지중해 지방에 있는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을 입체적으로 관람하는 공간이다. 아마존에서 처음 발견된 아마존빅토리아수련,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등 평소 보기 힘든 식물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만나는 주제정원(야외)도 볼거리. 식물문화센터 1층에는 카페, 씨앗도서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있다.

용산구 청파로47다길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지난해 8월 29일 문을 연 국내 최초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이다. 을사늑약에 가담한 권중현이 받은 한국 병합 기념 메달과 증서, 순종 황제의 칙유와 테라우치 통감의 유고 등을 전시한다. 이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일제 침탈의 역사와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 항일 투쟁의 역사, 35년 식민지의 흔적이 후세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화배우 정우성이 다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천 고랑포구역사공원

연천군 장남면 장남로 고랑포구역사공원은 지난 5월 10일 문을 연 고랑포 일대의 역사를 재현한 공간이다. 연천 고랑포는 임진강을 통해 물자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한 번성한 포구였다. 한국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쇠락해 나루터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 옛터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개성과 서울을 잇는 교통 요지 였던 고랑포구는 1930년대에 백화점 분점과 우시장 등이 들어서 북적였다. 1층 전시관에서 고랑포의 옛 모습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체험으로 흥미롭게 보여준다. ‘삶의 찰나’ 공간에는 1930년대 고랑포구와 화신백화점 분점, 여관, 생선 가게 등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역사와 문화의 찰나’ 공간은 고구려 호로고루 전투부터 한국전쟁까지 고랑포의 역사와 안보, 지리 상황을 영상과 가상현실로 꾸몄다. ‘오감의 찰나’ 공간은 주상절리, 임진강 물길 등을 형상화한 놀이터다. 공원 앞마당에는 한국전쟁 당시 연천 전투에 참가한 군마 ‘레클리스’ 동상이 있어 과거를 곱씹게 만든다.


 

▷전주 팔복예술공장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구렛들1길 팔복예술공장은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개관한 옛 건물을 재생한 예술 창작소이자 문화 플랫폼이다.

본래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25년 동안 방치되다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산업 단지 및 폐산업 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기지개를 켰다. 팔복예술공장 A동은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입주 작가의 스튜디오와 카페가 있다. 카페 ‘써니’는 영화나 노래 제목이 떠오르지만, 옛 공장 ‘썬전자’와 노동자 소식지 ‘햇살’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를 증언하듯 카페에는 당시 여공(女工)을 닮은 작품 ‘써니’가 있다. 대형 인형으로 방문자에게 인기다. 전시는 주로 2층 전시장과 옥상에서 한다. 오가는 통로에서 공장 시절 흔적이나 기억이 담긴 작품을 찾아보면 재미나다. A동 2층은 컨테이너 브리지로 B동 입구와 연결된다. 그 아래를 받치는 컨테이너는 만화책방과 그림방이다.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전시장을 걷다 보면 자꾸 콧노래가 나온다. 아마도 이곳이 처음부터 예술을 담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었고, 결국 예술을 생산하는 창작소로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 예술발전소, 수창청춘멘숀

대구 중구 달성로 22길 오랫동안 폐허로 남은 건물이나 공간은 기억에서 멀어지고, 자연스럽게 거리감이 생긴다. 하지만 건물과 공간에 역사와 새로움, 활기를 불어넣으면 가까이 두고 볼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탄생한다. 대구 수창동에는 과거 전매청의 흔적인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와 사택이 있다. 두 곳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로 쓰인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입주 작가들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과 문화 공유를 꿈꾼다. 1~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과 건물 곳곳에 예술 작품이 있다. ‘문 플라워(Moon Flower)’ 앞에서 인생 사진도 찍어보자.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쓰인 수창청춘맨숀은 청년 작가들의 톡톡 튀는 예술 감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택의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전시 공간이자 공연장이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며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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