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오슬로포럼에 참석하여 ‘국민을 위한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평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이해 없이는 통일로 가기 전에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으며,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이익과 도움이 되어야 국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요지다. 내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평화여야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막연한 평화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 속에 있는 평화를 강조한 점에 발상의 전환이 느껴진다.

때마침 6.12 북미정상회담 1주년이 되는 날 나온 평화 메시지란 점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도 담겼다. 지난 해 남북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교류를 통해 진전을 이뤄냈고, 북미정상회담의 원동력을 만들었다. 1차 북미협상을 통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도 상당한 관계 개선 및 비핵화 협상으로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 2월 하노이 회담의 충격적인 결렬로 북한은 크게 실망했고, 심지어 지난 달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돌발행동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사이가 좋다는 점을 강조해 왔고, 엊그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며 북미 간 기류 변화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방한하는 점을 감안하여 그전에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비핵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애매해진 상황에 놓였었고 그러한 난국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안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친서 교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화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밑 대화나 교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만남의 간격이 길어질수록 비핵화 협상의 성공 가능성도 멀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밝힌 점은 다행스런 부분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보았듯이 미국과 북한이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상대에게 먼저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북미 정상이 또다시 만난다고 해도 동상이몽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교착상태를 해소할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달 말이 비핵화 협상 재개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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