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스타크가 슈트를 입으면 눈앞에 펼쳐졌던 가상 화상(Virtual Image).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HUD) 기술이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HUD가 오토바이 헬멧에도 적용될 날이 머지 않았다.

그것도 올해 11월 국내 스타트업을 통해서다.

올해로 창립 3년을 맞은 올프스(OWLFS)는 헬멧부착형 블랙박스 및 HUD 개발·제조업체다.

올프스가 자체 개발해 올해 11월 양산을 앞두고 있는 ‘올프스 레반’(OWLFS-Revan)은 헬멧 상단부에 블랙박스를 부착, 전후방 340도를 동시에 Full-HD화질로 녹화할 수 있다.

또 실시간 녹화영상을 전면부 렌즈에 삽입된 HUD를 통해 송출해 운전시 사각지대를 거의 없앴다.

왼쪽 핸들에 부착하는 리모컨을 통해서는 통화와 음악감상 기능 등을 조정할 수 있어 운전자의 편의를 극대화했다.

올프스 레반은 올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 가전 박람회 ‘CES 2019’에 참가해 15억 원 규모의 선주문 계약을 체결하며 국제시장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올프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창립멤버 다섯명 모두 바이크 동호회 출신이라는 점이다.

국내 최대 바이크커뮤니티에서 수원·용인·의왕·안양 통합 지부장을 역임한 김연태(33) 올프스 대표는 “올프스 직원들은 모두 최소 10년차 이상 레저용 바이크 동호회 활동을 했던 이력이 있어, 실구매자의 입장에서 저희 제품을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일이든 취미가 직업으로 이어져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통학용으로 접하게 됐던 바이크가 취미가 되고, 창업으로 이어지기까지 서른셋 청년 김연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업설명서를 보니 김 대표의 바이크 경력이 가장 앞부분에 소개됐다. 바이크를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처음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것은 스무살 때부터다. 대학교 입학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조금 더 편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100만원대 저가 오토바이를 샀었다. 막상 오토바이를 타다보니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300cc급 기종을 산 뒤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나도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지만, 동호회 활동 이전까지는 오토바이를 타는 라이더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어느정도 있었다. 위험하기도 하고, 왠지 양아치도 많을 것 같고.(웃음) 하지만 동호회를 다녀보니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 아무래도 어느정도 비용이 투자되는 레저이다보니 반듯한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점점 빠지게 됐다.”

―이번이 첫 창업은 아니라고 들었다.
“맞다. 대학 때 전공이 반도체물리학전공이여서 ‘다중벽 탄소나노튜브(MWNT:Multi wall carbon nano tube)를 이용한 수직변위 액추에이터(구동기)와 이를 통한 디스플레이모듈’을 친구들과 함께 개발해 창업에 도전한 적이 있다. 이게 이름이 어려운데 쉽게 풀자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스플레이라고 보시면 된다. 슈퍼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맨오브스틸’에서 도입부를 보면 슈퍼맨의 고향 크립톤 행성에서 사용하는 기계 중 사람의 얼굴 등을 탄소입자형태의 물질을 사용해 입체화시키는 장면이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도 촉각을 통해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을 개발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였다. 그런데 당시에는 창업자라기 보다는 개발자 마인드만 있었던 것 같다. 개발한 제품을 어느 가격에 어떻게 팔 지, 마케팅은 어떻게 할 지 등은 전혀 생각 못했기에 첫 창업은 안 좋게 끝났다.”

올프스가 개발한 오토바이 헬멧용 블랙박스 및 HUD 제품 ‘올프스 레반’ 설명도. 양산형 제품은 배터리 부분 디자인을 개량해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올프스

―그렇다면 두 번째 창업 아이템으로 오토바이용 블랙박스·HUD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창업이 실패한 뒤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동호회 활동을 오래하며 알게된 친구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구매자 입장에서 제품들을 봐왔기에 기획력도 충분했다. 또 동호회를 통해 알게된 서울·경기권역 사업 파트너들도 있어서 국내 바이크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매우 높았다. 현재까지는 오토바이용 블랙박스 개발업체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가 겨냥하는 시장은 퍼스널모빌리티(PM) 시장 전체다. 바이크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아무리 안전을 최우선 수칙으로 여기고 라이딩을 하더라도 불의의 사고가 찾아오는 순간들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했다. 실제로 5년 전쯤 열명 정도 회원들과 함께 강화도로 그룹주행을 하던 와중에 역주행하는 차량 한 대 때문에 비접촉사고가 난 적이 있다. 사고가 난 회원은 바이크도 크게 망가진 것은 물론 심각한 부상도 입었다. 가해차량은 사고가 발생한 것을 인지했던 모양인지 도망가기 시작했고, 몇몇 회원들이 쫓아갔지만 끝내 잡지 못했다. 당시 바이크에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기는 했지만 차체 진동 때문에 번호판 식별이 안 돼 끝내 가해자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진동 영향이 적고 상시 전후방 녹화가 가능한 블랙박스를 개발해보면 이런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이런 일상에서의 경험이 창업 아이템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회사이름도 ‘올프스’, 첫 제품명도 ‘올프스 레반’이다. 올프스의 뜻이 무엇인가.
“부엉이를 뜻하는 Owl과 늑대 Wolf의 합성어다. 부엉이는 고정자세에서 360도를 다 볼 수 있는 생물이다. 바이크 특성상 후사경의 역할이 크지 않고 왠만한 동호인들은 숄더링(어깨너머로 뒤를 내다보는 동작)으로 후방안전을 확인한다. 하지만 올프스 레반을 장착하게 되면 전방주시가 미흡해지는 숄더링 없이도 후방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진다. Wolf는 야성적인 느낌의 라이더들의 이미지에서 차용했다. 두 단어를 합쳐 OWLFS라고 회사 이름을 짓게 됐다. 제품명인 올프스 레반에서 레반(Revan)은 ‘작은’이라는 뜻의 Reduit과 ‘젊은 용사’라는 뜻의 Evan의 합성어다. 그 어떤 순간의 모습이라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나를 지켜주는 작은 용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곧 양산을 앞둔 올프스 레반의 강점은 무엇인가.
“아직 세계 바이크시장에서 헬멧 부착형 블랙박스는 블루오션이다. 비슷한 제품군 중에서는 일본과 미국에서 만든 사각지대 보완용 헬멧이 있긴 하지만, 두 제품은 녹화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또 가격대도 하나는 1천599달러(한화 187만 원대), 또다른 하나는 1천950달러(한화 228만 원대)이지만 현재 기획중인 풀페이스 올프스 레반의 경우 700달러(82만 원대)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기술과 가격경쟁력은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한다. 헬멧 하나에 80만 원대라고 하면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 수 도 있지만 레저용 바이크 시장에서는 적정가격 수준이다. 또 일상생활에서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분들을 위해서 내년 하반기까지는 저가형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올프스 레반의 가장 큰 강점은 전용 헬멧이 아닌 시중에 판매 중인 150종의 오토바이 헬멧 어디에도 부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오토바이 헬멧 자체도 하나의 패션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에 유니버설한 제품을 만들고자 기술을 집중했다. 기존 액션카메라 등의 문제점인 내구력과 짧은 녹화시간도 보완했다. 512GB 저장 용량으로 FHD급 화질로 하루종일 녹화영상 저장이 가능하다. 배터리 또한 7천mA/h로 12시간 이상 구동되며, 착탈식 구조로 사실상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외부에 장착되는 전후방 카메라와 배터리로 인한 풍절음 발생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 개발에만 거의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쏟아부었다. 후방 모니터링도 핸들에 장착되는 리모콘 조작 외에 모션 제스처 기능을 탑재해 운전자의 편의를 극대화시켰다. 또 자율주행자동차 핵심기술인 컴퓨터 비전과 올프스의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을 융합, 주행 중 운전자가 인지 못한 전방의 위험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경고해주는 시스템도 현재 기술개발 단계에 접어들어 향후 신제품 출시때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네비이게이션 기능의 경우 처음에는 탑재를 고려했지만 HUD로 송출했을 때 전방 시야가 분산되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양산형 모델에서는 제외시켰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5월에는 기업신용인증 전문업체인 나이스디앤비의 기술신용평가에서 T-4 등급을 획득했다. 중소기업이 획득할 수 있는 최고 등급으로, 기술특례상장 기업 수준에 준하는 인증이라고 들었다.”
 

―두 번째 창업을 준비하면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지금도 경기벤처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지 않나. 농담삼아 하는 말이긴 하지만, 경과원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저를 ‘경과원의 아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웃음) 대학원을 수원에서 다니면서 창업에 대한 강의를 많이 찾아 들었다. 그러던 와중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제품 개발 지원을 받게 됐고,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사무실 임대를 알아보던 중 운이 좋게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성남 분당의 벤처창업지원센터 현 사무실에 입주할 수 있었다. 벌써 지원만 2년째다. 첫 창업 당시 실패요인이었던 마케팅이나 판로개척 등에서 경과원의 도움이 매우 컸다.”

―올해 11월 양산단계 착수 이후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판교에 입주해 있는 퍼스널모빌리티 업체들과 협력사업을 구상 중이다. 아직 규제장벽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먼저 진입하는 레저용 바이크 액션캠 시장도 국내와 일본·이탈리아·독일·미국 등 전세계 시장 규모만 7천200억 원에 달한다. 자전거용 액션캠 또한 2조5천억 원대 시장이 세계적으로 형성돼 있으며, 여기에 더해 연간 25% 성장률을 보이는 퍼스널모빌리티 액션캠 시장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퍼스널모빌리티 분야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안전문제와 사고 발생 이후 분쟁조정에서도 헬멧 부착형 블랙박스의 역할은 크다고 본다. 신산업분야에서 선점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을 모색 중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사진=김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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