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잔재 발굴 자료제출 공문… 대토론회·공청회 통해 청산결정
범위 넓어 제대로 논의 등 의문

경기도교육청 전경. 사진=중부일보DB
경기도교육청 전경. 사진=중부일보DB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해 다시 도전한다.

앞서 학교명 변경프로젝트 등이 일선 현장에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실패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에는 학교 현장에서 바라보는 친일 잔재들을 먼저 묻고 이를 정리해 청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일선 학교 현장에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발굴을 위한 조사 자료 제출’이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각급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발굴하고 대토론회 및 공청회를 통해 청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학생 또는 교사가 생각하는 일제 잔재의 개념은 무엇인지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는 무엇인지 ▶찾아낸 일제 잔재가 청산 대상이라고 생각하는지 ▶청산 대상이라면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 지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훈화’는 상사가 부하에게 ‘훈시’한다는 일제강점기의 군대 용어로 바로 잡아야 할 단어라는 등 교육과정, 교육시설, 일본식 용어 등 현장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모든 분야의 일제 잔재 내용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도교육청이 2016년 일제 잔재가 남아있는 학교 이름을 바꿔가겠다고 시작한 ‘학교명을 부탁해’ 프로젝트가 현장의 공감을 얻지 못해 유명무실하게 마무리된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당시 도교육청은 ▶동·서·남·북 등 방위작명 ▶행정동명 ▶일본식 한자어 ▶서열주의식 등의 학교명을 일제 잔재로 분류하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이를 바꾸도록 했다.

하지만 방위작명 등을 과연 일제 잔재로 볼 수 있냐는 논란 등이 제기되며, 해당 프로젝트는 도내 5개 학교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친 채 마무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교육청은 아예 현장에서 먼저 공감을 얻는 일제 잔재를 파악한 뒤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방침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 물어본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제 잔재라는 것이 너무 광범위해 과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것.

앞서 학교 내 일제 잔재 조사 및 청산을 요구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전교조) 역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월 말께 일제강점기에 개교한 도내 초·중·고교에 일본인 교장을 소개하는 학교들이 발견되는 등 도교육청이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조사단을 꾸려 학교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들을 전수조사해 청산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경기전교조 관계자는 “일제 잔재라고 물었을 때 답을 하기엔 범위가 너무 큰 데다가, 이미 학교 현장에서 익숙해진 문화가 일제 잔재 여부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차라리 교육청에서 일부 청산해야 할 기초 자료들을 제시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앞서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가 현장의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이 있다 보니, 이번에는 아예 현장에서 느끼는 바를 먼저 파악하고 TF 등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해보려고 하자는 취지”라며 “8월 15일 광복절 전께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변근아기자/gaga99@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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