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된 안양 관양동 선사유적지, 청소도구·공사자재 등 널브러져
문 고장난 소화함은 사용 불가·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관리 부실… 문화재청 "지역유산 예산 협의 중"

문화재청으로부터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안양 관양동 선사유적 주거지 내부에 공사에 쓰인 철골, 사다리, 청소도구 등 공사자재들이 함께 널브러져 있는 등 관리가 부실한 상황이다. 정성욱기자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경기도내 문화유적이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문화재청과 경기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의 '매장문화재 보존조치 유적(보존조치 유적)' 688개 중 83개가 경기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존조치 유적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역사적·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은 문화재로, 향후 중요도가 높아지거나 더 많은 유적이 확보될 경우 국보나 보물 등에 지정하는 지정문화재로 등록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기지역에서 보존되고 있는 문화재들이 예산문제 등으로 방치되고 있어 그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실제 안양 관양동 선사유적 주거지는 관리가 전혀되지 않은 채 폐허처럼 남아 있었다.

지난 2일 안양 관양동 한 도로에 들어서자 유적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유적지까지 70m가량을 걸었지만 다른 표지판은 없었다.

유적지에 도착하자 철근과 유리로 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훼손을 막고자 설치한 구조물이지만, 내부에는 공사에 쓰인 철골과 사다리, 청소도구 등 공사자재들이 유적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유적지 바로 옆에 비치돼 있는 소화기는 거미줄로 뒤덮여 있었다. 소화함 문도 열리지 않아 사실상 사용이 불가했다.

유적지 옆 소화기는 거미줄로 뒤덮여 있으며, 소화함 문도 열리지 않았다. 정성욱기자

더욱이 최근에는 지붕 누수까지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발굴된 이 유적지는 1천790㎡ 면적에서 2개의 주거지와 함께 구멍무늬 토기, 돌도끼 등 유물이 출토되는 등 경기중부 지역의 청동기 주거 양상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최경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는 지역축제로까지 확장되는 등 문화재는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밝혀주고 지역민들의 향토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예산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지역 문화재 관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지자체는 예산지원 없이는 보존조치 유적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국보 등 지정문화재는 국가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받지만, 안양 선사유적지와 같은 보존조치 유적은 지원이 없어 지자체 자체 예산만으로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유적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으며 지적들도 뼈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 예산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인 관리를 위해선 별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지역의 유적 관리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협의 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예산이 부족해 문화재 관리를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 걸 인지하고 있으며, 관리예산을 확보하고자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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