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확대되면서 온열질환이 기승을 부린다.

1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 전국 500여개 응급실에 온열질환자 190명이 신고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명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온열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인간의 몸은 단백질로 돼있어서 일정한 체온에서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체온이 올라가면 뇌에서는 땀샘에 명령을 내려 땀을 내고, 혈관을 확장시키며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혈액순환이 늘어나면 체온을 낮춘다. 뇌에 자동 온도조절 장치가 있어 더우면 몸의 에어컨을 켜서 뇌와 심장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에어컨이 정상으로 작동은 하지만 방이 더운 상태를 일사병, 에어컨이 고장 나서 방안의 온도가 무한히 올라가는 열사병이라 한다.

여름철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땀을 흘린 후 몸에 물과 미네랄을 적절히 보충해 주지 않으면 확장한 혈관에 혈액이 부족해진다.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결국 일사병에 이른다. 일사병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고 땀을 많이 흘리고 호흡과 맥박이 빨라진다. 가장 중요한 초기 증상은 이유 없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되면 맥박과 호흡이 약해지고 어지럼증과 두통이 생기며 심해지면 오심, 구토, 복통이 나타나고 아주 심하면 실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사병은 일반적으로 응급처치를 하면 즉시 정상으로 회복한다. 자가진단법으로 더운 곳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거나 장시간 햇볕을 쬔 후 두통, 피로, 탈진, 토할 것 같은 느낌과 어지러움이 있다면 일단 일사병을 의심하고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일사병의 치료법은 체온을 떨어뜨리고 수분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우선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입고 있는 옷을 헐렁하게 한 후 편안한 자세로 눕힌다. 선풍기나 부채질을 해주고, 찬물로 온몸을 마사지해 주며, 이온 음료나 시원한 보리차를 마시게 하되 의식이 없으면 억지로 물을 먹이지 않는다.

이렇게 해도 의식이 회복되지 않으면 급히 병원으로 옮긴다. 생수는 30분 이내 소변으로 그대로 배출되고 몸에 남지 않으니 생수보다는 시원한 보리차나 전해질 음료가 일사병 치료에는 훨씬 좋다. 그러나 구역과 구토가 심한 경우에는 음료수를 마시다 흡입성 폐렴이 올 수 있으니 절대 억지로 마시게 하지 말고, 체온을 낮추면서 빨리 병원으로 옮겨 수액 주사를 맞게 하는 것이 좋다. 서늘한 곳에서 휴식하고 물을 충분히 마셨는데도 30분이 지나서 몸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열사병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일사병을 방치하는 경우 뇌손상 등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치료해도 후유증이 생기는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열사병이 초래할 수 있는 중추 신경계 합병증은 치매, 마비, 인격 변화 등이 있고 급성신부전, 가로무늬근 융해증, 급성 간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빨리 병원으로 옮겨 잘 치료하면 장기적 합병증은 남지 않는다.

김범택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은 보통 8월 첫주, 독거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물을 많이 마시고, 오후 2시부터 5시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등 예방 수칙만 잘 지켜도 질환자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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