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운기자
사진=김영운기자

“화려함 속 감춰지는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오는 21일까지 강남 인터와이어드 스튜디오스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인 홍일화(45) 작가를 만났다.

수원 출신인 홍 작가는 위안부 할머니, 해녀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선보이며 명실공히 세계적인 여성탐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미술 전공 특성상 줄곧 여성들과 생활해왔다는 그의 작품은 자연스레 여성들을 조명하게 된다.

그는 “주변에서 작품 소재를 찾는 편이다”며 “여성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많은 만큼, 그들을 뮤즈로 사회문제를 전달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홍 작가 그림 속 여인들은 화려한 배경과 달리 눈물을 머금고 있다.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흐름 속 여성들의 애환과 말 못할 고충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는게 홍 작가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그는 여성을 둘러싼 양국간 문화적 차이에 주목한다.

“프랑스와 한국 여대생들의 평소 모습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여대생들은 잘 차려입고 화장도 진하게 하지만, 프랑스 여대생들은 대개 자연스럽고 편한 복장으로 거리를 누비죠”

그는 “화장하지 않은 여성을 예의가 없다는 이유로 꾸짖는 한국사회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문화를 바라보는 양국간 의식 수준도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홍 작가는 “프랑스는 전쟁이 일어나면 문화재를 보호하는 부대가 가장 먼저 다길 정도로, 문화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다”며“ 한국은 예부터 화가를 붓쟁이로 격하시키는 분위기가 있어 항상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작품을 논할 때 본인은 미술을 잘 모른다며 화두를 던지는 반면 프랑스는 일상에서부터 미술 작품을 두고 자유롭게 논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있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더 많은 이들을 찾고 싶다는 그.

“최근 미술 작품들은 잠깐 눈길을 사로잡는데 그칩니다. 단순히 사진 한장에 남기는 추억이 아닌, 오래 머무르고 사유할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을 찾고 싶습니다”

한편, 홍 작가는 다음달 14일 영통구청 갤러리 전시를 앞두고 있다.

이날 전시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고 안점순 할머니를 그린 홍 작가의 9폭 작품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시은기자/tldms6890@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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