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의 이름을 바꾼 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4년간 유기한 혐의로 한의사 A씨(47)와 아내 B씨(48)가 재판을 받게 됐다. 

16일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동 유기와 방임 혐의로 남편을 구속기소 하고, 부인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3월쯤 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된 자신의 아들(현재ㆍ14)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경남 마산지역의 한 기숙시설을 갖춘 어린이집에 1년, 2012년 여름쯤부터는 충북 괴산의 한 사찰에 1년 수개월, 2014년 11월부터는 필리핀의 고아원 등지에서 4년 가량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폐 증세를 보이던 자신의 아들을 어린이집과 사찰에 맡기면서 아들의 나이, 부모의 이름, 주소 등을 일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침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던 어린이집원장과 사찰 주지가 아이의 정신이상을 호소하면서 “아이를 되찾아가라”고 여러 차례 연락하자 A씨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들을 데려왔다.

검찰에 따르면 국내에서 아들을 유기한 후 되찾아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A씨는 아들의 이름을 바꾼 뒤 “편부 슬하의 코피노”라고 속여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게 된 필리핀 한인 선교사를 마닐라에서 만나 돈 3,500만원 가량과 함께 아들을 현지에서 인계했다. A씨는 귀국하면서 아들의 여권까지 가지고 온 뒤 연락처까지 바꿨다.

필리핀에 남은 아이는 한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고아 수용시설에서 3년 6개월을 생활하다 한인 선교사가 다른 나라로 선교를 가게 되자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옮겨져 6개월 가량을 지냈다. 검찰은 “이 기간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버려질 당시 경도 자폐 수준이었던 아들은 중증의 정신분열 상태로 악화되고, 왼쪽 눈마저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이 상태가 악화하자 선교사는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아이를 넘겼다. 이곳에서 아이는 또래 친구들을 때리고, 동물을 학대하는 등 중증도의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다. 

보육원장은 한국인 지인에게 아이의 상태를 전했다. “아이가 코피노가 아닌 한국인 같다, 부모가 버린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지인은 2018년 8월 국민신문고에 제보했다.   

그해 11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아동 유기가 의심된다며 외교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외교부는 아이를 상대로 조사하던 중 어린이집과 사찰 이름을 알아냈다. 

외교부는 즉각 이들 기관을 상대로 수사해 부모가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외교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부산경찰청은 지난 5월 최씨 부부를 아동 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부산지검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들 부부에게 아동 유기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아이가 필리핀에 가기 전에는 경도의 자폐 수준이었는데 필리핀 등에서 4년을 전전하면 중증이 됐다”며 “아이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했기에 아동 유기 혐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 능통자를 만들고자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 유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유학비로 3500만원을 보냈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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