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직장 내 상호존중 문화 정착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의 책임을 강조했는데 근로자가 10인 이상인 회사는 취업규칙에 관련 내용을 넣어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 취업규칙에 구체적인 괴롭힘 행위나 피해자 보호조치, 재발방지 조치 등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5백 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해야 하는 기업체가 30만 곳이 넘지만 상당수가 신고를 완료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괴롭힘에 대한 판정 기준이 확실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한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규정이 없어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 개정법은 직접적인 처벌규정 대신 취업규칙을 의무화해 회사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여 회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직장 내 상급자와 하급자, 동료 간에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직접 나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오너나 임원급에 의한 괴롭힘이나 갑질 행각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지적은 이미 법 개정 전부터 있어 왔다. 상황에 따라 피해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법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피해자가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게 되면 사업주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되는 규정은 있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받을 고통은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괴롭힘의 기준이 모호하고 분명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특히 대형 백화점 등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만나는 유통업계에서는 단체대화방 대신 회사 메신저나 이메일 등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업무를 보게 하고 있다. 자체 제작 예방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괴롭힘을 당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사내 센터 운영, 괴롭힘 근절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들도 있다. 실효성 논란을 떠나 이 법이 시행되는 것 자체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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