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생산 가공·유통 기업, 농업인들 위해 유통망 설립… 자동화·기계화 이뤄낼 경우 농가 소득증대·문제 해결
영양에 2천평 규모 농지 구매, 상추·어린잎채소 재배시설 조성… 현재 연매출 10억원 기업 성장

손수레 형태의 농기계가 작물 위를 지나가면서 자동으로 자른다. 이 농기계의 가격은 1천만 원. 몇 명의 노동자가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혀 수확해야 하는 일도 이 농기계를 이용하면 단 두 명의 노동력으로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간단한 농기계만으로도 작업효욜을 몇 배나 올릴 수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런 농기계가 상당히 발전했죠. 3만3천57㎡(1만 평)의 규모에 상추를 재배하는 네덜란드 농가는 수경재배와 스마트팜 시스템을 통해 3명이 4시간 만에 파종을 끝냅니다. 수확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4시간이면 완료됩니다.”

고무현(45) 본프레쉬 대표의 말이다. 농업회사법인 ‘본프레쉬’는 샐러드를 생산, 가공, 유통하는 기업이다. 제품은 단순하지만 생산은 스마트팜과 수경재배를 통해 이뤄진다. 본프레쉬는 농업인들을 위한 유통망을 설립, 한국 농업의 미래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 농업의 대안을 찾아서= 고 대표는 사업에 뛰어들기 전 식품대기업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해 왔다. 특히 샐러드 제품 개발 분야에 참여하면서 낙후한 한국 농업의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그는 “농가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서 “성실한 외국인 노동자를 얼마나 보유했느냐가 농가소득에 직결되는데, 성실도가 주인의 무서움과 상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품을 파는 것이 좋은 것일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인력과 노동의 문제에 더해 환경적인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 샐러드 재료는 봄과 가을에는 수확량이 많고, 여름과 겨울에는 수확량이 없었다. 불안정적인 수확량 때문에 사업적 안정성이 떨어졌고, 잦은 이상 기후에 더 많은 타격을 입었다.

고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들을 간단한 농기계를 사용하거나 수경재배, 스마트팜을 도입해 얼마든지 해결하고 있었다”면서 “한국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통해 자동화, 기계화를 이뤄내면 농가 소득증대는 물론 현재 한국 농업이 처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돌이켰다.

◇생산방식 혁신 부가가치 창출= 2013년 고 대표는 한국 농업의 대안을 찾기 위해 회사 문을 나와 농업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경북 영양의 6천600㎡(2천 평)규모의 농지를 구매, 샐러드용 상추와 어린잎채소 재배를 위한 시설을 조성했다. 그는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래야만 농사를 이해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또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업이란 게 의지대로만 풀리지 않았다. 하우스 완공 시점에 이르러 폭설로 인해 모든 것이 주저앉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집념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본프레쉬는 현재 연매출 1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수경재배 직영농장 5곳 중 3곳의 스마트팜을 운영 중이며 농장 2곳은 스마트팜으로 전환 중이다. 본프레쉬가 생산, 유통하는 샐러드는 할리스커피, CU, 초등돌봄교실 간식,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된다.

고 대표는 “선진국의 농업은 기계화가 상당히 진행됐지만 한국은 아직도 육체노동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의 지리적 여건 등에 맞는 생산방식과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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