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고가물품 선결제한 주민만 이득"…정책 수요 예측 실패 지적도

인천 서구 지역화폐 '서로e음' 사진=연합자료
인천 서구 지역화폐 '서로e음' 사진=연합자료

인천시 서구가 지역화폐 발행 2개월여만에 재정 부담을 이유로 캐시백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서구 지역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역화폐 캐시백 축소에 따른 서구의 행정을 비판하는 주민들의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특히 캐시백이 축소될 것을 예상하고 먼저 1년치 학원비를 선결제하거나 전자기기 등 고가물품을 미리 산 주민만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보게 됐다며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구 공촌동에 거주하는 박연주(52)씨는 "10% 캐시백을 준다고 해서 카드를 만든지 얼마 안 돼 혜택을 축소한다고 해서 황당했다"며 "결국 캐시백 예산이 조기에 고갈될 것을 예상하고 과다 사용한 사람만 혜택을 받아 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규술 서구의회 부의장은 "서로e음 캐시백이 일회성 선심 행정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라며 "구의 행정을 믿고 계속해 캐시백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민들만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구는 이달 19일부터 지역화폐 '서로e음'의 캐시백 혜택을 기존 무제한 10%에서 월 결제액 30만원 미만 10%로 축소했다.

30만∼50만원은 7%(구 부담 1%) 캐시백을 지급하고 50만원 이상은 6% 캐시백만 지급하기로 했다.

6% 캐시백은 정부와 인천시의 예산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월 결제액 50만원 이상에 대한 캐시백 혜택은 결국 서구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구의 기존 10% 캐시백 지급 비용은 행정안전부 40%, 인천시 20%, 서구 40% 비율로 부담해왔다.

서구는 추경 예산까지 편성하며 10% 캐시백 혜택을 유지하려 했지만, 발행액(충전액)이 출시 2달여만에 1천억원을 돌파하는 등 기대치를 크게 웃돌자 캐시백 혜택을 대폭 축소하게 됐다.

서구는 올해 5월 1일 서로e음을 출시하면서 발행 목표를 1천억원으로 잡았다.

조승헌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2달 만에 캐시백을 축소하는 것은 지역화폐 캐시백 지급 영향을 제대로 보지 못한 정책 수요 예측 실패"라며 "게다가 조만간 인천시도 지역화폐 캐시백 비율을 조정할 전망이라 연이어 캐시백 비율이 바뀌는 난맥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로e음 카드는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e음 카드와 연계한 지역화폐다. 인천e음 카드는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모바일 앱과 선불카드 개념을 결합해 선보였다.

현재 서구 이외에 인천시 연수구와 미추홀구가 이와 연계한 지역화폐를 출시해 각각 11%와 8%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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