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만큼 솔직한 게 없다. 땀을 흘린 만큼 그 가치를 보상해 줄 것’이라는 신념으로 10년을 임했습니다.”

포천시 군내면 ‘대붕농장’ 김선도(33) 대표는 10년차 청년농부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산란계 농장을 물려받은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군 제대 뒤 농장경영에 관심= 김 대표는 학창 시절 농장 일손을 도우며 자랐다. 하지만 당시 그의 꿈 목록에 농장경영은 없었다. 그저 추억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군 제대를 앞두고 농장경영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회에 나와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일을 했던 기억은 늘 좋았던 것만 떠오르더라고요.”

제대 직후부터 그는 아버지의 농장에서 경리와 생산, 유통을 맡으며 일을 배웠다. 어떤 날은 하루 2~3시간 수면으로 견뎌야 했다. 또 어떤 날은 구토가 밀려오기도 했다. 1년 남짓, 그는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다.

“농장에서 일하고 싶었던 건 단지 일 때문이 아니었어요. 전문경영인이 되고 싶었죠. 그래서 2012년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해 이론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김 대표는 농수산대 재학 중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그럼에도 농장경영이라는 비전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막연한 실마리라도 찾고 싶어 방학 때 길을 나섰다. 지인과 함께 트랙터를 타고 돌아다니며 선진 농장을 견학한 게 큰 도움이 됐다.

“한 달 동안 전국을 다니며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농장주 분들에게 얘기를 들었어요. 실패 극복 무용담에서 시작해 농업의 미래를 그려보는 대화가 밤새도록 이어졌죠.”


◇“안전하고 신선한 달걀 생산”= 2015년 대학을 졸업한 김 대표는 가업을 이어 대붕농장 경영에 나섰다. 그는 안전하고 신선한 달걀을 생산하겠다는 소신으로 친환경 무항생제 사육에 도전했다. 그 시작은 농장 청소와 방역. 주변을 청결하게 한 뒤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클래식을 틀어주는 등 동물복지 실천에 앞장섰다.

그는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생산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들을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농장을 관리해 왔다”고 자신했다. 이 때문인지 대붕농장은 조류독감도 피해갈 수 있었다.

현재 내년 완공 예정인 선별포장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4월 시행된 선별포장유통제도에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지만, 정책이 계속 바뀌면서 농가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의 또 다른 타이틀은 ‘경기도 4-H연합회 회장’이다. 그는 연합회에서 분야는 다르지만, 도내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여 농촌 사랑을 실천하고, 자신만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장경영 외 대외 일도 보고 있지만, 제 삶의 첫 번째는 지금처럼 안전하고 신선한 달걀을 생산하는 겁니다. 이것이 제 농사의 본질이자 초심입니다. 이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양계하면 대붕농장’이라고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요. 하하하.”

이한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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