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일본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급소를 겨냥한 핵심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급격히 심화됐고 예고된 조치의 효력이 발생된다면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G20 정상회의 뿐만 아니라 WTO 협정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사료된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White-list’(백색국가·일본의 입장에서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것이라 발표했고, 文대통령도 “일본에게 다시는 지지않을 것이라며 상응한 조치를”, 5일에는 “남북 평화경제로 일본 따라잡을 수 있다”라고 맞대응을 지시했으며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의 시행일인 “28일까지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재검토를, 6일에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2020도쿄올림픽 ‘방사능 안전성’을 거론하는 등 연일 맞대응 조치가 극단을 치닫고 북한은 발사체의 노골적인 협박, 외화의 급등과 금거래, 유통시장의 대혼란! 모든 국민은 안보와 경제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관련 부처 장관은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맞대응카드로 전략물자 159개 관리 품목 지정 예고와 일본을 겨냥한 관광·식품 등 안전조건을 강화하며 첫 반격카드로 시멘트 원료인 ‘일본 석탄재’ 수입을 규제 예고했으며 일본의 수출규제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피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6조 원 가량의 운전자금을 추가 지원을 고려하는 등 우리 산업의 對日 의존도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은 해당국가에 대한 포괄적 수출허가와 관련서류 제출, 심사기간 등에서 상당히 완화되고 우대된 기준을 적용하며 미국을 비롯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한국 등 주요국 27개국이 해당된다. 지정에서 제외된 일반국가는 수출통제에 따라 까다롭게 품목별 민감도 및 수출지역을 고려하며 때로는 국제평화 및 안전을 이유로 수출 시 일본정부의 각별한 허가를 필요로 한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대략 1천120개 품목이 여기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까지 증폭된 계기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의 신일본제철에 대한 배상판결”과 “화해치유재단”의 해체와도 상관이 있다. 물론 일본은 1965년 한·일 양국이 대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피해자인 개인이 일본 정부와 현재의 신일본제철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1997년에 소송한 것과 관련, 당시 일본의 오사카지방법원에서 기 한·일 양국의 합의로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의거 개인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며 피해자에 패소판결된 선례가 있다.

최근 일로 국내외 특히 미국의 전자업계로 애플, 인텔 등 주요 IT업체 대부분이 속해 있는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를 비롯 6개 단체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두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글로벌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일본이 한국의 핵심 산업을 겨냥한 경제보복적 수출규제 조치는 ‘매우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조치’라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으며, 이번 사건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무역문제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일본의 감정적인 규제조치에 전세계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도 좀 더 냉철하게 강제징용이나 위안부와 관련 민족감정적 접근은 국민에게 맡기고, 정부는 차분하면서도 이성적으로 OECD회원국다운 국격을 유지하면서 세계시장을 표적으로 수입의 다변화와 최고의 기술력을 강화하고 경제와 국력을 신장시키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반일이나 克日로 연관지어 본 건을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출구도 없다.

일본이 의도적으로 우리경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국론을 친일 반일과 토착왜구라는 편 가르기로 적전분열 해서는 안 되고, 남북 평화경제가 가능한지도 신중한 검증을 해야 하며, 국익과 경제를 최우선적 가치로 외교정책과 기초소재부품 산업 전반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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