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침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당초 경제규모 세계 3위 국가의 규제로 인한 심각한 경제충격의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냉철한 분석과 대응이 이어지는 추세다. 국민의 자발적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한편 경제산업의 구조개선까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내각의 수출규제 조치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자행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촉발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비겁한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국 정권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안보와 정치·경제를 적대적으로 자극하여 반사이익을 꾀했다. 지난 2017년 러일 간 쿠릴열도 영토분쟁이 불거졌을 때 한국의 소녀상 건립을 정치쟁점화 했고,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 사건 당시에는 한반도 위기설과 일본인 한반도 대피 체계를 거론한바 있다. 또한 올해 치러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평화모드에는 대북제재 위반으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하여는 수출규제를 카드를 꺼내들며 자국의 혼란한 정치상황의 반전을 획책했다.

일각에서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친일세력의 가공된 부풀리기 통계에 근거한 거짓 실증자료는 일관되게 대한제국의 멸망과 식민지 몰락이라는 한국의 실패한 역사를 단정하고 있다. 경제사는 통시적 관점으로 봐야한다. 일제강점기의 근대화라는 거짓 허울은 한반도에 대한 완전한 수탈이 목적이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시각은 매우 편협하고 위험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은 한반도 침략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 그리고 자국 정치문제에 대한 반성은 없이 치졸한 내정간섭과 경제도발 행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일본을 정상적인 국가로 바라볼 리 만무하다. 당장 우리국민의 자발적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를 증명한다. 필자가 관세청을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7월의 일본맥주 수입액은 6월에 비해 45% 감소했다. 일본 자동차 수입규모 역시 34.1% 줄었다. 일본제 의류 구매와 우리나라 국민의 일본 관광 실적은 50% 가까이 급감했다. 일본상품 소비에 대한 우리 국민의 거센 저항의식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전범기업 물품구매 행태 역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필자가 조달청을 통해 집계한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전범기업 물품 구매현황을 보면 최근 10년간 총 21만9천244건 9천98억 원에 달하는 구매가 이루어졌다. 매년 900억 원 이상의 재정이 전범기업 제품구매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국회에 발의한 '지방계약법'과 '국가계약법' 개정안은 지자체와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전범기업과의 수의계약을 제한하도록 하는 취지다. 물품을 대체하는데 당장 비용증가와 수고로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하지 못할 것은 없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전범기업의 물품구매는 공적영역에서 만큼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 금융자금의 이탈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일본계 은행 자산규모는 563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금융계에서는 현재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자금의 대부분이 재무구조가 건전한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어 자금 회수가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낮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4천31억 달러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주요국과의 선제적 통화스와프로 금융안전망을 구축한 성과가 컸다. 700억 달러 규모로 체결했던 일본과의 스와프는 과거사 문제와 독도 분쟁으로 2015년에 계약을 종료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주요국과의 적극적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진행하고 기존 계약의 만기연장을 이뤄냈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무기한으로 한도 없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성과는 이번과 같은 사태에 대비한 선견지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일 경제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주요산업의 소재·부품·장비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취지의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제적 중요성은 모두가 인식해왔으나 우리경제의 수출입과 통관무역의 큰 비중으로 인해 제조업 육성이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측면이 있다. 정부여당은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민생추경에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예산 2천732억 원을 긴급 반영해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와 세제부담 완화 지원 방안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필자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 발전 특위는 국내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기업-정부와 함께 마련하여 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다양한 대응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과의 국제 공조를 강화하며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WTO 제소 또한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과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신규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고 신속한 통관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 현장의 상황을 신속 공유하는 온오프 신고 센터 운영을 비상가동 할 예정이다.

일본은 한때 눈부신 경제적 성장으로 경제적 동물이라 불리며 세계시장을 주름잡았다. 거품경제 붕괴와 장기대불황의 '잃어버린 20년' 이후 일본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다시 군국주의와 경제패권주의에 의존하며 국제경제 질서를 유린하는 극단적 방향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다. 일본 아베 내각의 행태는 응당한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방침은 명확해졌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고 대일 경제종속을 극복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은 준비되어 있다.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역사와 경제의 완전한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정치권이 일치된 모습으로 합심해야 할 것이다.

김정우 국회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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