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엄정하고도 막막한 일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지만 실업률은 최고점을 찍은 청년세대부터 변화된 가족구조와 사회구조로 인해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실버세대의 취업난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이런 취업난 속에서 또 하나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농인(聾人), 맹인(盲人)을 비롯한 장애인들이다. 이들이 가진 핸디캡에 더해 한국 사회의 선입견은 취업문제와 관련해 이들을 두 번 세 번 울게 만든다. ‘코엑터스’는 농인에게 택시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영역을 열어주면서 이들 앞에 놓인 하나의 허들을 치워 내는 회사다. 농인택시기사와 승객 간 의사소통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고요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송민표(27) 코엑터스 대표를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요한택시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에는 대학교 동아리 프로젝트였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풀어내는 ‘인엑터스’라는 동아리 내에서 기획된 프로젝트였죠. 2017년 8월께 동아리 구성원들로 운영했죠.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학교 내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일이 점점 커져서 결국 2018년 4월에 법인을 설립하게 됐어요. 가족이나 지인 중에 농인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봉사활동을 계속해 왔고, 어머니께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셨던 것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제가 활동한 인엑터스 동아리 자체가 사회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그것에 대해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하는데, 당시 농인들의 취업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동시에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보였어요. 농인 일자리창출에 도전하게 된 계기죠”


-농인들의 취업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농인들은 직업을 구하려고 해도 단순노무직 외에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죠. 취업률 자체도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전체 농인은 34만 명으로 알고 있는데, 취업률은 37%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67%는 사실상 일자리가 없는 셈이죠. 때문에 정부보조금만으로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 분류상으로도 두 번째로 취업률이 저조합니다. 이런 현실이 고요한택시를 진행하게 된 가장 큰 까닭이죠.”


-고요한택시에서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고요한택시에는 택시기사와 승객의 의사소통을 돕는 태블릿PC가 설치돼 있습니다. 태블릿PC를 통해 목적지를 기사에게 전달합니다. 기사와 승객 간의 의사소통이 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태블릿PC는 버튼 식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방식 외에도 태블릿PC에 직접 적거나, 육성으로도 전달이 가능합니다. 목적지뿐만 아니라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합니다.”


-승객들이 불안해 하지는 않나요?
“승객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하지만 기사님들 대부분이 10~15년의 운전경력을 보유했어요. 허가 없는 분들이 진출한 것이 아니고, 운전경력은 물론 택시 자격시험을 통과한 분들입니다. 자동차사고율의 경우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승객들의 탑승후기 역시 처음에는 걱정과 불안이 있었지만 일반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좋았다 등의 평이 많습니다. 또 놀래지 않도록 승객이 탑승하면 ‘안녕하십니까 청각장애인 운행하는 택시입니다’라는 음성안내를 합니다.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택시는 외관규제 때문에 고요한택시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택시 외관에 스티커를 부착해 승객들에게 알리고 있죠. 최근에는 고요한택시를 따로 부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예약제 운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운행 중인 고요한택시는 얼마나 됩니까?
“현재 13대의 고요한택시가 남양주, 서울, 경주 등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서비스 지역을 대구와 대전 지역으로 넓히고, 운행차량은 적어도 50대까지 늘려 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많은 분들이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운전을 하는 농인들은 현재 10만 명 안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서비스 확대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기술적으로는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전달하면 태블릿PC에서 확인하고 별도로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에서 바로 태블릿PC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진행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죠?
“택시회사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택시회사들을 설득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거절뿐이었죠. 농인의 운전에 대해 선입견도 있었고, 새로운 시도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계약단계 직전까지 갔다가 일이 틀어져 크게 낙심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경주지역에서 택시운행을 하던 분이 소식을 듣고 우리를 찾아왔어요. 다행히 그분이 다녔던 회사에서 택시자격요건만 보고 채용했던 거죠. 그렇게 경주에서 첫 번째 고요한택시가 탄생했습니다. 이후에는 경주의 사례 덕분에 설득이 쉬웠죠. 최근 들어서는 택시회사들이 기사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구인문의를 하곤 합니다.”


-사업이다 보니 수익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기기판매로 수익은 나고 있습니다. 사업체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인고용공단에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업체에서 태블릿PC를 공단에 신청하면 우리가 공단에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나머지 어려움은 1~2년 된 스타트업 기업들이 겪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전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농인들이 택시자격시험을 응시하고 합격하면 신규자 교육을 받는데 교육기관에서 수화통역을 지원하지 않아 수화통역사를 개인적으로 데려와야만 하죠. 지금은 농아협회를 비롯해 경기도 지체장애인협회, 서울시 장애인일자리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일정 부분 해결됐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 맞춤훈련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면허취득할 수 있도록 진행 중입니다.”


-고요한택시 외에 다른 계획이 있나요?
“곧 ‘어둠속의 대화’ 전시장의 로드마스터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어둠속의 대화 관람객 방명록은 수기로 작성됐습니다. 이것을 음성화하고, 앞으로는 태블릿PC에 관람객이 방명록을 작성하면 스크린리더를 통해서 로드마스터들이 들을 수 있게끔 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서비스는 이달 안에 설치 완료할 예정이죠.”
 

-어떤 분들과 함께 고요한택시를 운영하고 있나요?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노정빈(27) 기술이사, 사업총괄 사업기획을 맡고 있는 강동섭(27) 이사, 기사교육, 모집, 운영관리, 피드백을 담당하는 이준호(26) 팀장 등 4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동국대학교 동문들로 처음 동아리에서 만나 함께한 친구도 있고, 교내에서 모집을 거쳐 사업에 뛰어든 친구도 있죠. 사업을 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고, 용기가 필요했지만 4명이 함께했기에 고요한택시가 프로젝트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미래 고요한택시 승객들에게 한 말씀.
“만약에 고요한택시를 탑승하게 되시면 당황하지마시고 태블릿 통해서 의사소통을 해주시면 기사님들께서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사님들에게 감사하다는 한마디로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안형철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