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박람회 57회분 분석 결과 대기업 참여 비율 10% 내외 그쳐
채용의지 없는데 면접·실업급여 증빙 목적 참여 등 '속빈강정'... 채용돼도 근속 사례 드물어

경기도 지자체가 올 한해동안 여는 채용박람회가 100회 이상에 달하지만 취업이나 채용의지가 없는 '허수'가 많으면서 구직자와 참가업체의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중부권 지자체가 마련한 취업박람회장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 보고 있다. 김영운기자
경기도 지자체가 올 한해동안 여는 채용박람회가 100회 이상에 달하지만 취업이나 채용의지가 없는 '허수'가 많으면서 구직자와 참가업체의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중부권 지자체가 마련한 취업박람회장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 보고 있다. 김영운기자

경기도내 31개 시군이 올해 계획한 소·중·대규모 채용박람회만 100회 이상에 달하지만 참가업체와 구직자들의 만족도는 낮다. 취업이나 채용의지가 없는 ‘허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중부일보가 참가업체 수 집계가 가능한 채용박람회 57회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도내 소·중대규모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업체 수의 평균은 27.43개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가장 많은 예산을 들여 개최한 고양시 청년일자리박람회(5월)의 경우 참여업체 65개사 중 대기업은 9개사(14%)에 그쳤다. 또한 지난 4월 열린 파주 일자리정보시장박람회에 참여한 45개 업체(간접참여 포함) 중 대기업 계열사 4개사(9%)를 제외한 41개 업체는 중소기업 등이다.

이렇듯 다수 중소기업들이 매회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가운데 참가경험이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가짜구직자’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수 참가자들이 실업급여를 지급 받기 위해 구직활동 증빙서류를 만들고자 박람회에 온다는 게 참여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참가자들 중 절반가량은 허수로 보면 된다”며 “면접도 보지 않고 다짜고짜 싸인(서명)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14일 시흥시에서 열린 ‘럭키데이 채용박람회’ 현장에서도 구직이 아닌 증빙서류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박람회에 참여한 일부 참가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박람회에 참여한 시흥시민 A(60·여)씨는 “올해 2월 실직한 이후 실업급여를 받으려 이곳을 찾았다”고 실토했다.

소규모 채용박람회는 통상 200~300명, 중대규모는 1천~3천 명가량의 구직자들이 참가한다. 하지만 최종채용되는 구직자 수는 30여명 수준이다. 채용인원 집계 가능한 채용박람회 49회 기준 ▶10명 미만 7건▶10~20명 미만 10건▶20~30명 미만 11건▶30~40명 미만 8건▶40~50명 미만 4건▶50~60명 미만 4건▶60명 이상 5건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채용박람회 참가업체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짜지원자도 문제지만,구직준비가 덜 된 지원자도 다수 있어 최종 채용되더라도 근속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성남소재 한 IT업체 관계자는 “생각보다 구직자들의 연령대가 높거나 (입사를 위해) 준비된 지원자가 적어 뽑지 않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참가업체 관계자들도 최종 채용결정을 했지만 한 달도 안 돼 그만 두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퇴직사유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이와 반면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참가업체가 채용할 의지가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구직을 위해 지난 14일 시흥에서 열린 소규모채용박람회장을 찾은 B(29·여)씨는 “오늘 면접을 보기 위해 준비도 많이 했는데 막상 현장에선 질문도 몇 개 안 받아 허탈했다”며 “모집부서도 3개나 있었는데 희망부서조차 묻지 않더라”고 말했다.

같은날 면접을 본 C(61·남)씨도 “면접 본 후 최종채용 결과가 10월에나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뽑긴 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명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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