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할 수 없었어요.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니깐요…”

지난 16일 용인시청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최병성(56)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과의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최 위원장이 활동한 난개발조사특위는 지난 7일을 끝으로, 지난 1년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은 용인시가 미래 세대를 위해 앞으로 그려야 할 지도(Map)의 밑그림을 그려 놓는 큰 업적을 남겼다.

최 위원장은 이를 위해 평일은 물론 주말도 반납해가며 지역 곳곳을 누볐고, 보이지 않는 곳은 드론까지 띄어 살피는 등 심혈을 기울여 조사 작업에 임해왔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최 위원장은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며 “문턱 낮은 개발 기준으로, 산지 곳곳에 무분별하게 허가된 곳이 너무 많았다. 한 전원주택의 경우 13m 높이 옹벽 위에 지어진 곳도 있었는데 아찔했다. 이 문제는 시민들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묘지 난개발 ▶골프장 난개발 ▶아파트 난개발 등 현장에서 조사한 여러 사례 등을 모아 백서로 발간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향후 이 백서는 시 개발 부서 담당자들이 관련 정책과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활동은 지난해 백군기 용인시장 취임 이후 줄곧 지역의 이슈였고, 논쟁 거리였다.

특위 활동으로 지역 내 일부 개발 행위에 영향이 미치자, 일부 지역 개발업자와 관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꿋꿋하려 애썼다.

최 위원장은 “활동 기간 동안 욕을 많이 먹었지만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며 “일부 사람들은 비전문가가 무얼 알고 지적하느냐고 하는데, 사실 지금의 용인시의 개발 문제는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다. 중요한 건 현장이 어지럽혀져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밤낮으로 많은 공부와 고민을 해야 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본래 성직자이자, ‘21년차’ 환경 운동가다.

현재 전국 이슈로 떠들석 한 ‘일본산 쓰레기 콘크리트’ 문제도 그가 중심에 있다.

이 문제는 최 위원장이 10여년전부터 문제 제기해 온 것으로, 정부에서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는 첫 반격 카드로 거론 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지난 2009년부터 4대강 개발에 대한 문제 제기로 국감 증인으로 등장하는 등 국내 환경 문제에 줄곧 앞장 서왔던 그다.

환경 관련 각종 수상 이력과 언론 인권상 등은 그의 이력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용인시와의 인연은 필연이었을까.

지난 2014년 용인으로 이사를 온 뒤, 집 주변에 들어서는 콘크리트 혼합제 연구소 문제로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자 또 다시 전면에 나선 그다.

그리고 이 싸움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용인으로 이사 온 뒤 시작된 싸움은 너무 힘들었다. 살이 7kg나 빠졌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지옥 같은 하루 속 살아 가는 것이 고통 스럽고 견디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니깐. 나만 눈 감으면 되는데 눈이 안감아진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생명 때문이고 안전 문제 때문이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했고, 그 자연을 지키는 것은 교회와 성직자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꼭 십자가가 달려 있는 건물만이 아니라 이 세상 자체가 교회다. 나는 목사이고, 그 의무를 다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천의현기자/mypdy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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