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인원·근속여부 파악 전무… 세금들인 사업 사후진단 필수
3. 채용박람회 ‘지자체 무관심’
도내 일부 지자체는 채용박람회를 개최하고도 박람회를 통한 채용인원조차 파악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자체의 ‘부탁’으로 박람회에 억지 참여한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부일보 취재진과 접촉한 다수의 참가업체 관계자들은 채용자 절반 이상이 1주~1개월 사이 그만둔다고 입을 모았다. 구직자들이 참가업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지 못 하고 참여해 채용되더라도 근속사례가 드물다는 게 업계 측 중론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올 8월까지 1년여간 지역 내 채용박람회에 꾸준히 참여해온 시흥소재 한 병원 관계자는 “1년 동안 15여명을 채용했으나 절반가량인 7~8명은 1개월 안에 그만 뒀다”며 “구직자들이 업체정보를 자세히 알지 못 하고 박람회에 참석해 채용되더라도 일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한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안산소재 버섯농가업체 관계자도 “보통 일주일 만에 그만 두는 분들이 많다”며 “올해에만 채용박람회에 2번 참가해 3명을 채용했는데 현재는 1명만 남은 상태”라며 “오늘 면접을 본 구직자들도 대부분 연령대가 50대 이상이라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둘까봐 채용할지 고민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취업정보 등이 부족해 허탕 치는 구직자들도 많다. 각 지자체가 참여업체의 직종과 자격증 필수 여부 등을 상세히 안내하지 않은 탓이다.
실제 다수 지자체가 제작한 채용박람회 홍보물에는 업체명과 업종,모집직군,자격여부 등에 대한 안내 없이 ▶일시 ▶장소 ▶참가업체 규모 ▶부대행사 등의 간략한 정보만 적혀 있다.
지난 2월 실직한 뒤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A(60·여)씨는 “지난달에도 채용박람회에 참가했으나 (취업희망업체로부터) 자격증이 없으면 지원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일부 지자체는 채용박람회에 대한 분석과 진단조차 하고 있지 않다.
실제 의왕,안산시는 채용박람회에서 채용된 인원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으며 하남시는 취재가 시작되자 채용인원 파악에 나섰다.
이에대해 이들 지자체들은 채용박람회가 매월 있어 추후 조사를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채용박람회를 연 12회 이상 여는데 이 모두를 추후 조사하려면 업무 부담이 커져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자체의 부탁으로 참여한 업체도 상당수 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계획이 없는 업체가 지자체의 부탁으로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것이다. 지난 14일 현장에서 만난 해당 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면접을 본 구직자수가 8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엔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시에서 1시간만이라도 앉아 있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억지로 참가했다”며 “시비를 지원받는 업체 입장에서 행여나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더 이상 지원을 못 받을까봐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실토했다. 채용박람회를 놓고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치적 쌓기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채용박람회 개최 횟수보다 추후 분석을 통한 진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을 들인 사업이라면 추후 성과 등의 검토는 필수”라며 “지자체들이 매월 채용박람회를 여는데 채용인원수조차 파악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진짜 필요로 하는 구인업체와 구직자 간 매칭이 이뤄진다면 비용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면서도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주기적인 진단으로 채용성과가 낮은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비로소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종원기자/light@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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