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임금동결 생계 위협… 노동자 고령화 등 경쟁 치열
인력사무소, 매출 70% 급감

21일 오전 5시께 경기도 최대 인력시장으로 꼽히는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입구에 50여 명의 사람들이 건설현장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이한빛기자.
21일 오전 5시께 경기도 최대 인력시장으로 꼽히는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입구에 50여 명의 사람들이 건설현장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이한빛기자

“여기가 바글바글해야 하는데 일감이 없으니… 사람도 줄어서 조용해졌네요.”

21일 오전 5시께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입구 인력시장. 일감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50여 명 모였지만, 절반만이 인력차량을 탈 수 있었다. 올 3월만 해도 200여 명이 모여들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20년 경력의 골조공 안모(59)씨는 “지난해에는 바빠서 사람을 서로 데려가려 했는데, 올 들어 일이 딱 끊겼다”면서 “이달에는 7일밖에 일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력을 구하는 차량이 10여 대가량 들어오고 나갔지만 안씨는 일을 구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과 수정구 수진리고개 일대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매일 새벽마다 400여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여드는 경기도 최대의 인력시장으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는 100여 명만이 이들 인력시장을 찾고 있다.

이들은 줄어든 일감에다 2년째 임금(일당 13만 원)이 동결되면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소개료, 부가가치세,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일당은 11만 원으로 줄어든다.

한국 건설노동자의 고령화와 청년외국인노동자의 유입 등으로 인해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같은 시간, 수원시 팔달구 도청오거리 인근 인력시장 상황도 마찬가지. 50여 명 앞으로 5시10분께부터 차량들이 서며 4~5명씩 실어 날랐지만, 30분이 지나고 마지막 차가 떠난 자리에는 7명이나 남아 있었다.

남은 이들 가운데 전모(62)씨는 “40년간 조적을 해 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여기는 조적 외에 다른 일도 연결해 준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지만 이달은 내내 허탕만 쳤다”고 말끝을 흐렸다.

전씨는 “내일은 그나마 크다는 세류동 인력시장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고 발길을 돌렸다.

인력시장 불황의 여파는 이들뿐 아니라 인력사무소에도 미치고 있다.

수진리고개 인근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2003년부터 이 자리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해 왔는데,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매출이 무려 70%나 줄면서 처음으로 적자를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김태년 성남일자리서비스협회 회장은 “성남시 내 인력사무소 200여 곳 모두 일이 50%나 줄었다”면서 “사무실 운영이 어려운 인력사무소 대표들은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역 인근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일이 없어서 사람도 줄었지만 그마저도 절반 정도만 일을 나간다”면서 “이전과는 달리 특히 주말에는 더 일이 없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도 건설수주액은 2017년 4분기 건설수주액 누계비 9.5% 감소, 2018년 4분기 건설수주액 누계비 9.2% 감소, 2019년 2분기 건설수주액 누계비 3.1%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면, 건설업종사자는 2016년 7월 46만6천 명→ 2017년 7월 47만8천 명→ 2018년 7월 54만6천 명→ 2019년 7월 55만2천 명으로 증가 추세다.

안형철·이한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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