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1급~6급까지 나눠져 있던 장애등급이 폐지되고, ‘장애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증장애인’ 등 장애정도를 기준으로 재편되었다. 그동안 장애등급은 서비스 신청 및 수급에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같은 등급이면 동일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았다. 이제는 장애인의 손상정도, 근로능력 정도, 서비스 욕구,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를 결정하고 제공하는 수요자(장애인) 중심의 서비스 제공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로 변화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장애인등록제도는 유지되지만 장애정도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될 뿐 별도의 종합조사를 통해 서비스 수급자격이 주어진다. 둘째,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공공 및 민간기관들을 찾아다니면서 신청하였던 구조에서 읍면동 주민센터만 방문하여 통합신청하면 된다. 셋째, 건강이나 고용 등 다양한 민간서비스는 1차적으로 읍면동 주민센터의 맞춤형 전담팀에서 연계해주고, 서비스 연계가 어려운 고난이도 사례의 경우 시군구마다 장애인전담협의체를 설치하여 보다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지원하도록 하였다.

장애등급 폐지로 서비스 신청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구현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우선, 장애인 전문가를 복지전담팀에 배치하지 못하였다. 장애등급 또는 장애정도와 상관없이 서비스 욕구를 지니고 있는 모든 장애인에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개 장애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민간기관의 다양한 서비스를 실효성 있게 연계해줄 장애인 전문가가 배치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읍면동 복지전담팀에 서비스를 통합신청하면, 초기 상담 후 장애유형별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여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자원 발굴 및 연계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복지전담팀 인력 중 장애인 관련 경력자가 한 명도 추가 배치되지 않았다. 장애인복지의 경우,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다른 사회복지영역과 달리 장애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도가 더 많이 요구되는 만큼 전문 인력의 추가배치는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종합적으로 판정하는 조사표의 문제이다. 현재 종합조사표는 36개 평가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지체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든 장애유형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장애인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 근로능력 정도, 서비스 욕구 및 필요도,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조사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장애등급제 폐지가 의도한 바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먼저, 중앙정부는 장애유형과 장애인의 개별 서비스 필요도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종합조사표를 좀 더 정밀하게 보완해야 한다. 단순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장애인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의 종류와 총량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나 제공기관 등을 장애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읍면동 주민센터의 복지전담팀에 장애인 관련 전문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기존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에게 장애유형과 특성에 대한 이해, 장애인 인권, 장애인 차별금지 및 정당한 편의제공, 기타 장애인과 관련한 법과 제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장애인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기도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장애인 사례관리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경기도는 이미 통합사례관리 전달체계인 무한돌봄센터를 도와 시군에 2010년부터 설치하였고 민관협력체계인 네트워크팀을 시군 사회복지관 등에 설치하여 복합적 문제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사례관리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시군의 36개 장애인복지관에 맞춤형지원팀을 신설하여 중위험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문사례관리 기능을 수행하도록 추가 인력 및 재정을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1~6급의 장애등급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장애등급이나 장애정도가 아닌 장애인의 필요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정부의 ‘사례관리자’ 역할을 기대해본다.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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