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오산 한 야산에서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10대 남성을 살해하고 매장한 피의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들은 가출한 이들끼리 모여 지내는 일명 '가출팸'에서 피해자를 만났으며, 피해자가 자신들의 범죄 혐의를 경찰에 진술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22)씨 등 3명을 피유인자 살해·사체은닉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9월8일 오산 내삼미동 한 공장으로 피해자 B(당시 16세)군을 불러내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집단폭행해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골 시신이 발견된 오산의 한 야산. 사진=정성욱기자
백골 시신이 발견된 오산의 한 야산. 사진=정성욱기자

경찰에 따르면 A씨 등과 B군은 2017년 말~지난해 초 SNS를 통해 처음 만나 지난해 6월까지 성남, 천안 등지 원룸을 전전하며 함께 생활하는 일명 '가출팸' 생활을 함께 해왔다.

그러던 중 B군은 A씨 등이 연루된 범죄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A씨 등은 B군의 진술 때문에 자신들이 처벌을 받았으며, B군이 사라지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A씨 등은 B군의 지인이기도 한 C(18)씨 등 2명을 이용해 그를 오산의 한 공장으로 유인했다.

A씨와 C씨는 SNS에서 만난 사이로, C씨 등은 B군에게 '오산으로 문신을 하러 오라'며 그를 유인한 혐의(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B군을 만난 A씨 등은 그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얼굴과 몸 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어 미리 준비한 범행도구를 이용해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9개여 월 뒤, B군은 백골이 된 상태로 야산의 한 묘지 주인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이 나체인 점, 누군가가 시신을 묻었다는 점을 토대로 타살에 무게를 두고 광역수사대·미제사건수사팀·오산경찰서 형사 등 40여 명을 투입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의 소견을 토대로 시신을 15~17세 남성으로 특정, 주민등록증 미 발급자 및 가출신고된 미귀가자, 장기결석자 등 4만여 명을 발췌하고 그중 1만여 명의 생존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1명, B군을 발견했다.

이어 B군의 SNS계정에서 백골 현장에서 발견된 반지와 귀걸이 등을 착용한 그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고, B군의 부친 DNA와 대조해 신원을 확인했다.
 

B군 신원확인을 위한 공개수배 전단.
B군 신원확인을 위한 공개수배 전단.

또 경찰은 A씨가 사용한 차량 트렁크에서 B군의 DNA까지 확보하며, 결국 지난 19일 A씨 등을 체포했다.

A씨와 다른 1명은 각각 구치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이며, 나머지 1명은 군 복무 중이다.

B군은 2017년 자퇴했으며, 가출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음 주 중 A씨 등은 검찰에 송치하고, C씨 등은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윤세진 경기남부청 광수대장은 "피해자가 어린 나이에 변을 당해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그나마 피의자들을 검거하며 영혼이라도 달래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교육청, 군 헌병대, 동사무소 등 관련 기관이 협조해 줘서 해결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직원들이 묵묵히 맡은 일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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