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벽력유가착호면(霹靂猶可着瓠免)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너무 당황하여 되지도 않는 방법을 써서 곤란을 피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정부에서 신임 장관을 임명할 때마다 정치권은 온통 야단법석을 떠는 현장을 보아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청문회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을 하여 장관이나 기관장에 대해 과연 기본적 자질을 갖췄느냐를 평가하는 작업이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 되어 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여당은 후보자를 엄호하고 야당은 어떻게 하든 결격사유를 제시하여 부적격자임을 증명하려 난타전을 벌여왔다. 그 결과로 법률적으로 위배된 것도 많이 있었고, 비록 법률에는 위배되지 않더라도 국민의 눈높이나 정서적 감정에 부응하지 못하여 낙마하거나 비판을 무릅쓰고 임명을 감행한 사례들이 빈번했다. 그러한 사실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잊혀져간 것 또한 분명하다.

이번에도 역시 현 정권은 7명의 장관 및 기관장을 경질하면서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게 한 것은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임명이다. 평소에도 정무수석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았던 터이라 정치권과 국민은 그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 출신으로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사임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자연인이라면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장관으로서는 엄격한 잣대로 가늠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흔히, 정치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성향으로 분류한다. 보수냐 진보냐이다. 보수냐 진보이냐는 사전적 해석을 제쳐두고 일반적으로 개혁성이 강하냐 아니냐 로 분류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법률가로서의 위치도 있지만 그는 주로 청렴을 바탕에 둔 진보적 인사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다보니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여 지극히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그렇지않더라도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갈라져있고 보수와 진보가 나눠져 있는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등에 업고 정도(正道)보다는 자기진영의 방어에 급급하고 패거리 아닌 패거리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정치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국민을 잘살게 하고 행복한 삶을 지탱하기위한 대리인의 역할이다. 좋은 말로 사심을 버려야한다. 내편이 아닌 사람은 몰아세우고 내편인 사람은 덮어주는 유아적 발상으로 대립해서는 안된다. 모두를 굽어 살피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선거에서 유리하냐 안하냐를 분석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하는가가 우선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처 몰랐던, 아니면 숨겨두었던 후보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면 가감없이 새로운 인재를 찾아야 한다. 이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은 무엇인가, 국민 중에 유일무일한 사람인가. 개탄할 일이다. 고집은 패거리문화에서 사람의 숫자로만 억누를 때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좋은 말만 해왔던 후보자가 이면에서 보이는 이율배반적 행동이나 행태가 드러났을 때 국민은 분노한다. 법은 관습적으로 도덕적으로 도저히 통제되지 않았을 때 강제로 지배하는 칼날이다. 그 마지막 선에 와 있었을때에야 어쩔수 없이 승복해야한다면 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릇, 지도자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흠결이 더 없어야 함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님비현상처럼 조금만 불리하면 억지 논리의 깃발을 들어야하는 것일까. 말로만 공익을 부르짖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무소유의 정신으로 정치를 행할 때, 박수를 받으며 역사에 길이 남는 위정자로, 국민의 가슴 깊숙이 ‘참’ 이란 이름으로 뿌리내릴 것이다.

김현탁 한국현대문학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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