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최초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의 내용은 냄새나는 지하방에 거주하는 ‘기택’네와, 대 저택에 거주하는 ‘박사장’네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대부분을 두 가족의 집을 비교하면서 현대사회의 빈부 격차를 잘 묘사했다는 평가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삶의 쉼터이다. 한편으로는 집은 투자의 대상이며 자본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본으로 집을 보기 때문에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현재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어섰지만 여전히 쪽방과 지하방 등의 최저주거기준 이하에 거주하는 계층이 5.7% 이다. 아울러 최저주거수준은 넘었지만 30년 이상의 노후주택은 전체 16.8%, 빈집은 6.7%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전체 5만988가구 중 30년 이상 주택은 30.6%며, 이중 장안구는 47.3%로 노후주택이 집중되어 있다. 전국적으로 2천200여 곳의 쇠퇴하고 낙후된 지역을 고려한다면 빈집 및 노후주택은 사회적인 문제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매년 10조 원씩 총 50조 원 예산을 투입해 전국 500개소의 쇠퇴지역을 재생시키고자 하는 도시재생뉴딜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목표는 기존의 낡고 쇠퇴한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와 도시의 성장 동력을 확충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도시재생뉴딜 정책이 빈집 및 노후주택 문제를 근본적으로는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현재 추진되는 도시재생뉴딜 정책은 주로 가로 및 공공공간 등의 공공영역 중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빈집 및 노후주택들이 재생사업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빈집 및 노후주택 집수리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삶의 질 차원에서 빈집 및 노후주택 집수리 정책을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사업으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주거복지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내 집은 내가 집수리로 고친다’ 정책은 다음과 같은 정책의 효과를 가진다. 첫째, 노후주택 개량을 통해 주택 성능 및 에너지 효율을 개선함으로서 노후주택 거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둘째, 노후주택의 단열 등 최소에너지 성능을 확보하여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주거에너지 비용을 절감해 탄소저감도시를 실현하는 것이다. 셋째, 집수리 및 집짓기 활성화로 관련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도시재생 기업을 육성하여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내 집은 내가 집수리로 고친다’ 정책은 빈집 및 노후주택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녹색건축물 확산, 그리고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적 효과를 지닌다.

이러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추진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주택 에코포인트와 같은 바우처 형식의 포인트이나 매칭 예산 지원사업으로 주택 집수리를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집수리지원센터를 설립해 집수리 희망자를 위한 정보제공, 교육, 상담 등의 역할을 하는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집수리 상담 및 분쟁처리를 지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집수리 업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쇠퇴지역의 빈집 및 노후주택 주택개량 지원 사업을 도시재생뉴딜 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도심의 일반 저층주거지까지 확대해 지속가능한 주거지 재생을 도모하며 집수리 상담원, 집수리매니저, 주택성능평가원 등의 도시재생 기업을 설립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재원확보가 가장 큰 문제이다. 다행히 ‘내 집은 내가 집수리로 고친다’ 정책은 별도의 재정 투입 없이 다양한 재원확보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우선 기존의 주택도시기금,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등의 도시재생관련 기금과 도시재생뉴딜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녹색건축물 지원사업, 건물에너지 효율화 사업, 그린 리모델링 이자 지원사업,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등의 정부 보조금 및 융자 지원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

도시재생은 새로운 도시혁신 사업이다. 지역의 여건 및 특성에 맞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도시혁신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올해 2019년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정책적으로 ‘내 집은 내가 집수리로 고친다’ 정책을 적용한다면 지속가능한 주거복지는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도시혁신사업으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수원갑(장안)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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