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김왕노 | 천년의시작 | 116 페이지



김왕노 시인의 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이 시작시인선 301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위독’ ‘사진 속의 바다’ ‘그리운 파란만장’ 디카 시집 ‘게릴라’ ‘이별 그 후의 날들’ 등이 있다. 시인은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가 주조主潮를 이루는 시편들을 발표하면서 충일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 세계를 확립하였고 문단으로부터 그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제7회 박인환문학상, 제3회 지리산 문학상, 제2회 디카시 작품상, 제4회 수원시문학대상, 제24회 한성기 문학상, 2018년 올해의좋은시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은 저자가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이 “천년 우물물 같은 푸른 시로 채우는 고집”의 결실이다. 시인은 스스로를 고집쟁이라고 말하지만 그 고집이 ‘푸른 고집’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고집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이전 시집들에서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를 시적 상상력으로 승화시켜 우리를 문학적 감동이 범람하는 시의 장으로 초대한 바 있는데, 이는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가 일반적 문법이나 감상적 정념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인생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사랑이라는 주제는 우주 만물에 대한 통찰에 도달하기 위한 인식론적 매개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의 시에서 사랑은 시적 자의식의 차원으로까지 깊어지는 면모를 보이면서 미학적 가치를 획득한다. 더불어 김왕노 시의 기저에는 세상을 향한 비판적 결기와 분노가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 시집에서 간혹 거친 언어와 직정적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시인이 추구하는 “푸른 시”의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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