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나던 1950년 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백 불을 넘지 못했다. 당시 가나, 필리핀, 아르헨티나는 1천불에 달하고 있었다. 그 후 한국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과 수출주도형 경제를 통해 1977년에는 수출 1백억 불을 달성하고 한강의 기적을 보였다. 한국의 발전 모형을 이들 국가에게 설명하면서 다양한 변수가 소개되고 있는데, 이중 빠지지 않는 요인이 인적 자원의 우수성이다. 우리는 전쟁을 치루는 시간에도 천막을 치고 교육을 하였다. 부존자원이 부족했던 우리로서는 인적 자원의 개발을 통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이 조건은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서는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대학에 위기의 3각 파도가 밀어 닥치고 있다. 첫째 학생 수가 감소하여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모든 대학 위기의 출발이다. 교수 숫자와 시설의 과잉이 문제가 된다. 대학을 구조 조정하는 것이 정부 정책이 되었다. 둘째, 교수를 선발하지 못하니 강사에 의존하는 데, 강사법 적용에 따라 강사의 신분과 보수를 보장해야 한다. 수요는 감소하는 데 비용은 증가한다. 셋째 새로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과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원이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대학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상징하고 있다. 첫째 고등학교 졸업생만이 대학의 수요자는 아니다. 위탁교육, 계약학과, 평생교육 등 다양한 수요가 개발되고 있다. 고등학교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대학 교육을 받고 싶을 때, 주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새로운 수요가 된다. 정년을 하고 나서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다시 대학에서 능력을 개발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새로운 수요이다. 대학은 큰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시설과 인력이 개방되어 누구든 자유롭게 나들면서 자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등록금 등 가격 체계는 시장 경제에 맡길 필요가 있다. 반면 저소득층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이 적절하다. 대학이 등록금을 낮게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식과 같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셋째 R&D를 통해 지역 기반의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특화형의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은 지역 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 그동안 대학 지원은 중앙정부의 역할로 생각하여 왔다. 그러나 지역 사회에 인력을 공급하고 지역 사회의 혁신을 추진하는 협력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 첫째 행복 기숙사의 확대가 의미가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기숙사를 건설하고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특정 대학의 재학생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대학생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연합 기숙사로 운영된다. 둘째 지역 사회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주민의 자녀가 대학 입학할 때, 장학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재산세와 주민세를 납부한 주민에 대한 일종의 배당금(dividend)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4년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1학년 시기에 한정할 수 있다. 초기 진입을 지원하고 나면, 2학년부터는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 국가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발달되어 있어 입학 후에는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가 용이하다. 셋째 지역의 인력 양성과 지역 혁신을 위해 대학과 지방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 지역 토착형의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지방정부가 보다 현실적이다, 지역 기업과 지역 대학이 협력하여 지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역 사회의 공무원 교육을 대학이 실시할 수 있고, 정년한 공무원의 경험을 살려 대학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 지역 사회의 넓은 공터에서 상호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

대학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가 될 수 있다.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지역 사회 혁신 주체의 공동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역에서 운영하는 County College, City University가 발달되어 있다. 대학을 진학하고 싶으나,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지역 대학에서 우선 대학 학습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 정부에서 기존의 대학과 협력을 하여 인력 개발의 새로운 모형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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