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전국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물론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지만 돼지의 경우는 일단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주에서 어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ASF가 발병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에 방역 비상이 걸렸는데 과거 다른 유사한 질병들과는 그 치사율이 달라 염려가 더해지고 있다. 이미 농림축산식품부가 어제 부터 ASF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는 소식은 이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증명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전국의 가축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얘기는 강한 전염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부터 경기도 등 지방정부의 할 일은 분명해지고 있다. 상황실과 대책 본부를 가동해 24시간 비상 관리체계에 들어가면서 차단 방역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한 치의 오차가 허락되어서는 안된다. 조금의 틈새가 오랜 세월 쌓아온 전체의 뚝이 무너지는 결과를 몰고 올 수가 있어서다. 알다시피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밥상의 단골 메뉴로 많은 레시피로 쓰인다. 중국과 북한의 예를 봐서라도 잠깐의 느슨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장에 이런 악재에 도가 발병 농장에 방역지원본부 인력과 파주시 방역팀을 투입해 통제와 소독 등 초동조치를 마쳤다지만 과거의 유사한 예를 봐서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다.

일주일이 고비다. 발병된 파주의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돼지 농장이 없고, 3∼10㎞ 이내에 19개 농가가 1만8천380마리를 사육 중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발병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2천450마리 외에 파평면 소재 농장 돼지 1천400마리와 법원읍 소재 농장 돼지 850마리도 이미 살처분에 들어갔다. 물론 경기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파주 발병 농장의 위치 등을 고려한다면 이런 ASF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과 접경지인 강원도 역시 긴급방역을 강화하면서 비상이다.

다른 지방정부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도에서도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통해 중국 등 ASF 발생국에서 반입되는 축산물을 차단하기 위해 검역을 강화하고 있을 정도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이번 돼지열병은 한번 감염되면 전체가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더한 걱정이 있다. 예전처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일이 아니다. 조심하고 철저하게 규율을 지켜나가면서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책상 앞에서 오고 갈 행정이 아니다. 반드시 현장에서 뛰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24시간 해당 책임자나 단체장이 붙어 있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모두의 위기의식으로 무장된 각별한 시선과 긴장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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