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변호사 12명이 지난 2일 시간을 쪼개어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위한 사랑의 쌀 700㎏을 준비하여 수원 소재 녹색 복지회를 방문하였다. 변호사들은 우선 가지고 간 쌀 포대를 창고에 차곡차곡 쌓는 일을 필두로 식재료인 양파 까기 작업을 한 다음 기초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독거노인 150여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였다. 그 후 한 줄로 쭉 늘어서서 오신 분들에게 배식을 하는 방법으로 밥퍼 봉사활동을 하였다.

혹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 밥을 못 먹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제도가 좋아졌고, 국민소득 3 만불 시대를 맞이하여 과체중을 걱정하는 세태에 이제는 굶주림에 대한 걱정은 종식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지난 7월 31일 서울의 한 임대 아파트 검침원이 관리사무소에 알리면서 40대 초반의 엄마와 6살 난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 모자(母子)의 사인은 놀랍게도 발견 2달 전인 지난 5월 말경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발견 당시 위 아파트 내에는 먹을 것이 없었고 냉장고에는 고춧가루만 남아 있을 뿐이었고, 수도요금 장기 연체로 인한 단수 조치로 식수도 한 방울 나오지 않았으며, 월세 9만 원인 임대아파트의 관리비가 16개월이나 연체되었다. 도시가스 검침 기록은 4월까지만 점검 흔적이 있었을 뿐 5월 이후에는 공란이었고, 외부침입 흔적이나 타살 또는 자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휴대 전화비를 내지 못해 전화가 차단되었고, 5월 31일 은행통장에서 마지막으로 3천858원이 인출되어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고 한다. 위 모자는 양육수당 월 10만 원 외에는 정부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수입이 어려워 기초생활조차도 어려운 경우를 대비한‘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있다. 위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인정되면 정부에서 생계 급여 명목으로 매월 87만 원까지 기초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위 엄마의 경우 한 때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아들이 뇌전증을 앓는다는 이유로 유치원 입학이 거절당한 후 아들을 돌보기 위하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에 기초수급대상자 신청을 하였으나 담당 공무원은 이혼한 중국인 남편의 소득확인을 위하여‘이혼 확인서’를 요구하였고, 위 엄마는 그 서류를 구비하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관련하여, 기초생활보장수급 신청자 구비서류 목록에는‘기타’로 명시된 수급자 구비서류가 있을 뿐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이를 행정입법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공무원들의 자의적인 추가서류 제출 요구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래야 선량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고 공무원의 책임도 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위 모자의 경우, 한 부모 가족 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월 20만 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남편의 사망 또는 이혼 등 갑작스런 위기 사유가 발생할 경우 48시간 내로 2인 가구 기준 생계지원금 75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위 모자는 정보 부족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정부지원복지제도를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송파 세 모녀 사건·증평 모녀 사건·구미 원룸 부자 사건’등 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하였지만 아직도 복지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니 참으로 애석하기만 하다.

위 모자는 사회로부터 소외감·무력감에 고통스러워하면서 아사(餓死)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웃봉사단체·종교단체 등이 그 딱한 사정을 알았다면 최소한 굶주림은 면할 수 있는 길이 있었을 터인데 그러한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지 못한 점이 몹시 아쉽게 생각된다. 위 엄마는 사회단체에 구호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정보가 없었고 용기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위기 가구 발굴과 사례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달체계에 대한 정부당국의 법적 제도정비와 아울러 이웃들 간 정보교환의 활성화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헌법상 권리를 가진다.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다시는 이 땅에 굶주려서 숨을 거두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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