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생이 하교하고 난 뒤에도 갈매고의 교실 한 켠은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질 줄 모른다.

바로 갈매쿱 학생들이 모여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고 있는 배움의 현장이다. 이번에 갈매쿱에서 선택한 공동체 문제는 환경 문제였다.

특히 미세먼지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던 시기에 미세먼지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전역에 공포스러운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학생들은 이 상황을 대책 없이 견뎌야 하며 통제할 수 없다는데 무력감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미세먼지가 어떠한 상황에서 주로 발생하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원인을 통제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두이노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어서 학교 각 실의 미세먼지를 체크하고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는 상황에 대한 기록을 한 학기 동안 해보기로 했다.

조사 결과는 학내에 공개하여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공론화시키고, 학내 공기 질 관리에 있어 무기력함을 넘어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갈매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 동아리인 갈매쿱 학생들은 이처럼 방과 후에 별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사업을 도모하거나 공익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생, 연대, 협력의 가치를 실천하고 가장 가깝게는 학내 복지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갈매쿱의 성격상, 관심을 두고 주변을 둘러보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고, 해결책 마련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사안들이 꽤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을 한 달에 한 번 남짓한 동아리 시간이나 수업 및 기타 학내 활동들로 가득 찬 일과 중에 다 풀어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종종 방과 후 별도의 일정이 생기지만 갈매쿱 학생들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에 불만보다는 의욕이 넘쳐난다.

갈매고사회적협동조합은 이 외에도 2018년 설립 이후 다양한 공익적 활동들을 실천해 왔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 반신반의하며 개최되었던 플리마켓의 나름 성공적인 개최는 협동조합의 앞으로의 행보에 자신감과 기대를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나누고 비워서 채우자’라는 기치를 내건 ‘나비채 플리마켓’은 그 취지대로 자원 선순환의 환경적 의의와 재활용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수익금 중 60만 원은 구리시 노인 요양복지 시설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여 기부하기로 하였다. 또한 올해 4월 영업을 시작한 학교가게의 운영 수익금 중 100만 원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학내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다시 학생들의 복지로 환원할 수 있다는 데에서 협동조합의 운영에 참여한 학생 이사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또한 협동조합은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회적 가치와 만나 사업적인 결실을 보는 예비 비즈니스 스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 협동조합의 사업분과 학생들은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한 차례씩 학교 티셔츠를 기획·제작해 판매했다. 소재, 디자인, 색상, 가격 등을 직접 결정하면서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두루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디자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가장 고민한 부분이기도 했다.

1학기에는 작은 흐름으로 세상을 변화시켜보자는 메시지를 티셔츠에 담았고, 2학기에는 한층 악화한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한 듯 아시아에서 일본 위안부 희생자 발생지역의 지도를 새겨넣었다.

어떤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을까를 결정하는 문제는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지 그래서 결국 어떤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미 이 과정을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의 가치는 학교공동체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 오는 2020년 교육과정부터 ‘사회적경제’가 교양 선택과목으로 개설되며, 학생들은 내년부터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사회적경제 수업을 받게 된다.

사회적경제의 수업과 사회적협동조합의 운영으로 이론과 실천의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된 갈매고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의미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진출하여 곳곳에서 사회적경제의 씨앗을 튼튼하게 심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지나 갈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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