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O형… 과거엔 B형 판단, 장기간 해결못한데 영향 미친듯
30여년간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된 가운데 이 용의자의 혈액형이 과거 경찰이 추정한 범인의 혈액형과 다른 것으로 19일 나타나 혼선이 일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이 사건이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특정한 용의자 A(56) 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A 씨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당시 20세) 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A 씨의 혈액형은 이 사건 2심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당시 재판부는 A 씨가 처제를 살해한 장소가 A 씨 집인지 외부인지를 판단하는 대목에서 “피해자의 사체가 있던 현장에서 수거된 모발 중 피고인의 혈액형과 같은 O형의 두모 2점, 음모 1점이 수거됐다”고 적었다.
그러나 화성사건 발생 때 경찰이 추정한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당시 경찰은 4, 5, 9, 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 가운데 5, 9차 사건은 경찰이 이번에 용의자로 A 씨를 특정할 수 있었던 사건으로 이들 사건의 증거물에서 올해 채취한 DNA가 A 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사건이 우리나라 강력범죄 수사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처럼 당시 과학수사기술의 부족으로 혈액형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던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A 씨가 당시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남부청 반기수 2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A 씨가 당시 수사 선상에 올라있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구체적으로 신원을 확인해 주지 않는 이유도 DNA가 일치하는데 공교롭게도 혈액형이 차이가 나는데서 오는 당혹감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진범이 맞느냐”는 의문도 조심스럽게 제기되지만, 과거에 혈액형이 뒤바뀌는 경우는 더러 있기 때문에 DNA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현재 이미 A 씨의 DNA가 나온 3차례 사건과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를 검출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A 씨와 나머지 사건들과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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