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사건과 비슷하면 현장 출동… 경찰간부 등 저명인사 비밀 수사
"범인 안락하게 인생 못보낼 것"

‘화성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 신병을 경찰이 확보하면서 형사 생활 내내 범인을 추적했던 하승균 전 총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승균 전 총경은 지난 2011년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성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진범의 윤곽이 어느정도 밝혀진 현 시점에서 당시 하 전 총경이 털어놓은 사건의 전말을 재조명해 봤다.

하 전 총경은 범인을 악마적 사이코패스 이자 연쇄 살인범인 강호순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잔인한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하 전 총경은 “그놈은 사람을 죽이고 몸에 38번 칼을 그은 놈이야. 그은 자국을 보니 ‘사후반응’이었어. 죽은 다음에 그으면 피가 나오다 멈추지. 죽여 놓고 어둠속에서 긋고 앉아 있었던 거지. 악마거든. 즐기는 거지.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것을 즐기는 거야. 생과 사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놈이야. 이런 놈들은 동일한 특징을 지니게 돼 있어. 현장에서 잡혔으면 법정까지 갈 필요 없이 내 손에 죽었을 거야. 이놈에 비하면 강호순은 자극적인 영화를 흉내 낸 정도였지”라고 말했다.

하 전 총경은 목격자가 있었던 7차 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머릿속에는 지금도 범인의 인상이 박혀있어. 발안에서 범인을 태운 목격자인 버스운전사 강씨를 찾아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봤지. 버스 사장에게 강씨를 한 달간 배차하지 말고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했어. 운전사에게 수고료도 주고, 월급도 챙겨줬지. 안내양 하고 같이 자장면 먹어가며 한 달간 함께 수사를 했어. 딱 한명 살아있는 목격자와 강씨의 목격담이 동일했어. 수원 거주 남자 중 25∼30세 15만명의 주민등록 사진을 금성 비디오카메라에 촬영해 모두 확인했으니 말 다했지. 여관 잡아놓고 사진 확인했는데 운전사가 조느라 지나친 것도 있었을 테고, 범인이 주민증이 없을 수도 있었을 테고, 뭐 그런 것들이 범인이 빠져나간 허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범인이 교도소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교도소에도 수없이 다녔지”라고 밝혔다.

경찰을 포함해 저명인사까지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던 불편한 진실도 여과없이 털어놨다.

“비밀리에 경찰간부, 경찰 퇴직자, 현직 경찰 중 변태로 알려진 놈, 10전투비행단 군인들, 방위병, 영외 하사관들까지 내사했어. 심지어 학교선생까지 다했어. 그만큼 절실했다”고 전했다.

하 전 총경은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조금만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도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또 “지금도 신문에서 살인사건을 읽으며 분석하는 습관이 있어. 십자가 사망건을 봤을 때 난 단번에 자살인 걸 알았지. 우리 집사람은 어떻게 자살이냐고 했지만 약도도 있었고, 정황상 자살이었어. 다른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검거되면 계산을 해. 어떻게 생겼는지, 키가 얼마인지, 화성과 수원에 연고가 있는지 등등… 한두 가지 데이터만 맞으면 달려가곤 했다”고 담담하게 옛 기억을 꺼냈다.

하 전 총경은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쏟아냈다.

하 전 총경은 “자동차극장에서 운전대를 잡고 후배와 한번 봤지. 영화 쭉 보며 가소로워 말도 하기 싫은데 8차 사건에 여중생이 묶여 엎드려 있는 장면이 나오더라고. 충격이 팍 왔어. 의자를 뒤로 해서 자세를 고쳐 앉았지. 실제 장면이 오버랩 되는 장면에서 눈물이 막 흐르더라고. 화성사건을 잊고 있었던 내 자신을 깨워준 장면이었지. 옆에 후배가 묻더군. ‘졸리냐’고, 눈물 감추느라 혼났어”라고 전했다.

중부일보와의 인터뷰 마지막에서 범인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무슨말을 하겠냐는 질문에 ‘인생을 남들처럼 안락하게 보내지 못할 것이란 말을 해주고 싶다’는 하 전 총경의 바램이 어쩌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이 넘도록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용의자 A씨의 현실을 예견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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