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려운일이 닥쳤을 때,기원(祈願)한다.
기원의 크기는 두손모은 아이부터 온갖 음식을 모아 바치는 제사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그 상징적 의미로서 가장 큰 기원이자 제사는 개천절에 강화 참성단에서 이뤄지는 제례일 것이다.
강화 참성단은 고조선 당시 단군이 제례를 지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기원전 2천300년 전이니 지금으로부터 4천30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이 제례가 현대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례라 할 수 있다.
이 제례를 직접 주관하고,모든 제례의 단계를 총괄하는 ‘집례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단 한명,최종수 효문화센터 이사장이다.

―집례관이라는 역할이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는가.
“강화군 참성단에서 진행되는 모든 제례의 진행자라고 보면된다.보통 사람들은 참성단에서 개천절에 진행되는 ‘개천 대제’만 있다 생각하는데,사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제례는 1년 3차례 정도이며 큰 행사가 있으면 더 늘어난다.전국체육대회에서 이뤄지는 성화봉송의 불도 이곳 참성단에서 채화하며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이곳에서 채화한 불을 사용했다.채화가 이뤄질때마다 제례가 진행되며 내가 그 제례의 집례를 맡는다.”

―집례자는 어떻게 맡게 됐나.
“강화군에서 채화를 하는 등 제례를 지낸 것은 단군이 제례를 지낸 이후 조선시대까지 이뤄졌으며 가장 오래된 기록은 1264년 6월 고려 원종이 마리산참성(摩利山塹城)에서 초제(醮祭)를 지냈다는 기록이다.이전까지는 누가 집례를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사실 내가 집례를 맡게 된 것은 내가 과천에서 오랫동안 향교에 속해 있었다는 점과 집례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집례관을 처음 맡게됐던 1995년 당시 나는 강화군의 체육회 관계자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전국체육대회를 위한 채화가 예정 돼 있었는데, 그 제례의 ‘헌관’을 누가 맡아야 되느냐, 라는 시시비비가 걸린적이 있다.그 시시비비를 내가 정리했는데, 다음날 강화군에서 이 집례관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온것이다. 그때 이후 집례를 계속 맡게 됐다. 제례의 진행 방법 및 순서와 필수 요소가 적혀있는 홀기(笏記)를 나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기도 했다.향교에서 진행하는 석전대제의 집례를 맡기도 했기 때문이다.그렇게 집례관을 맡은것이 벌써 올해로 24년째다.”

―24년이란 시간이 꽤 길다.집례를 맡으면서 여러 일이 있었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타 종교간의 간극이다.원래 제례는 3명의 헌관이 필요하다. 3명의 헌관은 강화군수, 강화군의장, 강화군교육지원청장이 맡는다. 이들은 일반인이다보니 각자의 종교가 있다.한번은 이런 ‘제례’를 금하는 종교를 가진 군수가 헌관을 맡게 된적이 있는데, 이 제례 헌관을 맡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그에게 '참성단에서 이뤄지는 제례는 종교의식이 아니라 단군 시조부터 시작된 지혜고, 군수는 이 지역을 책임지는 목민관으로서 참여하는 것이니 부담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설득했다.”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꽤 많이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 사실 사회적으로 ‘단군’이 핍박을 많이 받았다. 단군상을 부시거나 훼손한경우도 있다. 우상숭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특히 단군신화에서 나오는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들어 단군역사가 없다고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단군을 핍박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그렇다.이는 일제 강점기 당시 일제가 우리나라의 긴 역사를 시샘해 역사를 말살했던 흔적이다. 단군의 역사를 신화로 치부한 것이다.

단군 신화는 신화가 아니라 실제 역사로 봐야한다. 물론 곰, 호랑이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은 아니다.삼국유사 기이편을 보면 서문에 ‘나라를 세우는 일에 꾸민 이야기를 해서는 안되지만 장차 건국할때는 특별하고 신비한 무언가가 있어야 백성들을 모을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나라를 세운 사람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군신화가 그렇게 기이한 이유는 여기서 왔다.”
 

―집례관을 맡으면서 단군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한것으로 알고 있다.
“집례관 뿐 아니라 과천향교 전교와 문화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많은 연구를 해왔다. 참성단의 형태는 동그라미와 네모다. 많은 사라미 알다시피 동그라미는 하늘, 네모는 땅을 뜻한다. 그런데 참성단은 이 하늘과 땅이 위아래가 바뀌어있다.하늘을 접하고 있기때문에 위를 네모, 아래를 동그렇게 만든것이다.

참성단 인근에는 단군의 세 아들인 부루, 부우, 부소가 쌓았다고 하는 삼랑성도 있다. 그만큼 강화는 단군에 대해 연구하기 좋은 곳이다.”

― 참성단과 단군에 얽혀있는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다.
“참성단은 앞서 말했든 단군이 4천300년전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정확하게는 단군 51년 축조됐다.세월이 지나면서 참성단도 훼손이 많이 됐는데, 중세에 참성단을 보수 했다는 것은 18세기경이 유일하다.당시 강화 유수 최석항이 참성단이 많이 무너져서 새로 고친다는 기록을 했다. 이 기록을 마니산 동쪽 암벽에 새겨놨다. 참성단 뿐 아니라 이 단군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들이 있다.

과거 고구려가 멸국되면서 역사서가 불타 사라졌었다. 고구려 이후 대조영이 발해를 새운뒤 아우인 대야발에게 고구려 역사를 새로 쓰도록 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대야발이 쓴 역사서가 단기고사라는 설이 있다. 단기고사는 ‘단군(檀君)과 기자(奇子)의 옛 역사’라는 의미다.

이 단기고사는 발해 시기에 쓰여졌지만 발견은 830년 경에 이뤄졌다. 구한말 학자인 중국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된 것이다. 단기고사에는 ‘훌륭한 사람 단군이 나니까 구이(9개부족)이 그를 받들어 임금을 삼았다. 요임금과 한때의 일. 부루 부우 부서 3형제가 모여서 우임금때 국경을 정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또 과거 공자가 동이, 즉 이곳 한반도가 예가 바른 민족이 살고 있어 이곳에 살고 싶다고 할정도로 바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올해까지 집례관을 맡으면 24번째다. 힘들지는 않나.
“힘에 부치는 것도 있지만 이제는 이 집례관 및 제례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참성단을 몇해전 수리한 것 처럼 집례 자체의 수리도 필요하다.올해 많은 석학들과 함께 집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바 있다.제례,무용,의식,복장,제수 등 다양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연구를 해 오는 11월 2일 보고회 겸 종합보고서를 만든다.그리고 이를 토대로 ‘개천대제’ 보존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보존회는 5~60대 참여자를 모집해 집례관의 역할을 전승하려고 한다.”

―참성단과 개천절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
“앞서 말했듯 올해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작업하면 보존회가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곧바로 보존회에서 집례를 맡는것은 어렵다.집레의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예행연습을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를 습의(習儀)를 한다고 한다.습의를 2~3년간 하면서 그 사이에는 내가 계속 집례관 역할을 할 것이다.우리나라는 각 지역마다 절하는 방법까지도 다를 정도로 문화가 다르다. 내가 집례관을 맡으면서 절하는 법을 가르친 적도 있다.이처럼 후계자가 될 사람에게 집례의 방법부터 절하는 방법까지 전달해주는 것이 3년 가랑 걸릴것으로 보고 있다.”

―개천절이 내일이다. 개천절을 맞아 집례관으로서 한마디 한다면.
“국민들이 개천절과 단군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교과서를 통해 단군을 만나고 있지만, 그저 지나가는 수준일 뿐이다. 나역시 단군에 대해 알리고 연구 하고 있지만 단군을 생활속에서 찾고 우리나라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개천절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옛날 것을 그대로 두면 박물관에서만 찾을수 있게 된다. 우리가 갈고 닦으며 참여해야 그의미가 계속될 수 있다. 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학생들에게는 그다지 몸에 닿지는 않겠지만 말이다.앞으로 이 개천대제가 완벽히 갖춰지면 강화군수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헌관을 맡아 제례에 참석하는 날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앞서 사람들에게 이 제례를 더욱 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강화군에서는 마니산 중턱에 있는 참성단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초입에 참성단 모형을 만들어놨다. 보존회가 제자리를 찾으면 이곳에서 자주 제례의식을 펼치면서 지역 명물로 만들어 내려고 한다. 가장중요한것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이다. 큰 관심 부탁한다.”
취재=백창현기자
사진=김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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