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투 열풍을 통해 성범죄 피해에 대한 담론이 양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후 그 영향이 정치권, 문화예술계, 노동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전국 중고등학교의 스쿨 미투 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최근에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를 잘 주겠다며 차마 입으로 옮길 수 없는 성희롱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하고, 학생들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성차별 하는 일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스승으로서 자격을 잃은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로 인해 학생들이 선생님의 인성을 의심하는 사태까지 발생해 교육의 위기가 심각하다.

가장 빈도수가 높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도 해마다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실제 기소로 이어진 경우가 전체 사건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고용평등법 위반 신고 사건 처리내역을 보면 지난 3년간 접수된 성희롱 신고건수가 2915건이었는데 그중 기소된 것은 20건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신고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성희롱 피해 여성들의 권리의식이 강해져 신고는 늘어나고 있지만 담당 근로감독관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범죄로 보는 인식이 부족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고 건수에 비해 기소가 적은 이유는 1차적으로 신고 접수 첫 단계에서 대부분 과태료 처분 등으로 자체종결을 하는 경우가 많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 사건에 대한 조사가 부실한 것도 이유다. 성인지 감수성 강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성희롱 사건을 접수받아 처리해야 할 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은 낮은 편인 것이다. 과거 감추기에 급급했던 피해자들이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식이 개선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나 관리자의 의식에 이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미투 열풍 이후 성범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변화했다. 타인의 인격과 인권을 침해하는 성범죄는 어느 직종을 막론하고 발을 붙일 수 없으며 가해자가 오히려 활개 치던 세상도 끝났다. 이제 피해자가 두려움이나 부끄러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마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성범죄는 인간의 영혼까지 상처를 입히는 극악무도한 범죄란 점에서 절대로 용납되어선 안 되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중범죄로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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