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대를 이용한 ‘맥간공예’는 자개를 능가할 만큼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공정의 특성상 대중화의 길은 멀 수밖에 없었는데.
맥간공예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시하고, 이와 관련된 실용신안 특허만도 5개나 가지고 있는 백송 이상수(50) 선생이 이번에 또다른 획기적인 기술로 특허출원을 신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자개와 맥간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는 특수한 재료인 ‘레인보우 페이퍼’를 개발해 낸 것.

“맥간공예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돈벌이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이전에는 대량 생산을 못하게 하려고 실용신안을 냈는데, 이젠 반대로 대중화를 위해 특허를 내려고 하고 있네요.”(웃음)
그렇다고 맥간공예를 대중화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맥간공예는 그대로 소량생산, 예술성을 지향하는 고품격의 작품 제작을 원칙으로 하고, 이번에 개발한 재료를 이용해선 맥간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자개의 화려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으면서도 좀더 저렴한 생활공예 작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맥간공예는 일단 보릿대 농사가 잘 지어져야 하는 것은 기본. 그 다음이 보릿대를 깨끗하게 준비해 삶아 말리고, 대롱처럼 생긴 것을 하나하나 반으로 갈라 일일이 펴야 하는 것만 해도 큰 작업. 보릿대 한 개의 폭이 1.3~1.5㎝인 것을 감안하면 원단을 만드는 일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그러니 대형 작품일 경우엔 원단을 만드는데만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그뿐이 아니다. 디자인과 보릿대의 결방향까지 고려한 ‘도안’작업과 ‘세공’작업을 거쳐 보릿대의 변색을 막고 황금 빛깔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칠’작업 등이 끝나야 겨우 한 작품이 탄생하니 작품의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레인보우 페이퍼’는 작품의 크기에 상관 없이 바로 원단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자체가 크게 절감된다는 것. 게다가 원단 자체로 보관이 용이하기도 하고, 또 보는 시각에 따라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매력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 선생은 “레인보우 페이퍼는 필름이 덧대어진 종이 뒷면에 여러 차례 칠을 먹여 특수한 효과를 내는 재료”라며 “앞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직접 맥간공예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보급하면서 진정한 작품세계를 추구하고자 했던 자신의 뜻과 달리 장삿속으로 접근하는 이들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를 받기도 했다는 그다.
“옛 장인들이 전수할 만한 그릇을 가진 제자를 만나지 못하면 비법을 죽을 때까지 전해주지 않는 것처럼 전수할 만할 문하생이 나올 때까지 마지막 보루로 칠 작업은 남겨둘 생각입니다.”
한편 이같은 그의 맥간공예 사랑이 알려지면서 지난 2003년에는 ‘맥간공예의 새 지평을 연 창시자’로 인정받아 경기도인증 ‘경기으뜸이’로 선정됐으며, 자신의 창작활동은 물론 문하생들의 모임인 ‘예맥회(藝麥會)’를 만들어 지도하며 저변확대에도 열중하고 있다.
강경묵기자/soh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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