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대부분 60-70代 이상…한글·영어 가르치는 청년들, 숙제 더 내달라는 어르신보며 열심히 사는 삶의 자세 배워가

 8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샘터야학 교실에서 아주대학교 교육 봉사 동아리 학생들이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노민규기자

한글날을 앞둔 8일 오후 3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위치한 ‘샘터야학’ 교실 안에는 성인2반 소속의 할머니 3명이 공책을 펴 놓고 앉아 있었다.

공책에는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곧 한 명의 대학생이 교실로 들어오고 이내 한글 수업이 진행됐다.

대학생 강사는 할머니들 옆에 붙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한글을 가르쳐줬다.

이들은 한글 받아쓰기를 통해 단어와 맞춤법을 배우고 있다.

샘터야학은 1987년 설립된 아주대학교 교육 봉사 동아리다.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주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샘터야학은 한글 교육뿐만 아니라 기초 영어교육,검정고시 취득,중·고등학생 내신 대비 반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가르치는 이를 ‘강학’이라고 부르고 배우는 학생들을 ‘학강’으로 부른다.

현재 40여 명의 학강들이 100여 명의 강학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한글 수업을 들었던 박감순(84)할머니는 경제적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박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기 전에는 간판에 적힌 글씨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래동화 수준의 글을 읽고 쓰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박 할머니는 “어렸을 때는 학교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가지 못했는데 살다 보니 배우지 못한 게 가슴에 한이 됐다”며 “늦게라도 한글을 배워 한풀이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글을 배웠더니 기억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샘터야학에서 수업을 듣는 학강들은 대부분 60~70대들이다.

강학들도 학강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많다.

성인2반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전현진(23·아주대 국어국문학과) 학생은 학과 선배의 권유로 올해부터 샘터야학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 강학 활동을 하면서 이런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나이가 들어서 배운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닌데 숙제를 더 내달라고 하는 적극적인 학강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하는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샘터야학의 교훈은 ‘함께 배우는 마음으로’다. 배우는 이들과 가르치는 이들이 모두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공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임대해 사용중인 건물이 낡아 지난해 여름에는 교실에 빗물이 새기도 했으나 시설개선에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교내 동아리 지원금으로는 학당에 들어가는 운영비용도 충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수원시 등 여러 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학당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휘영 샘터야학 회장(25·아주대 전자공학과)은 “과거 일부 기관에서 해줬던 지원이 다 끊겼다”며 “시설 개선에 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형욱기자/factchec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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