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사건 진범논란에 "객관적 근거로 검거"… 사건현장서 발견된 체모 일치

하승균 전 수사팀장. 사진=김영운기자
하승균 전 수사팀장. 사진=김영운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사팀을 담당했던 하승균(73) 전 팀장이 최근 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제8차 사건에 대해 당시 객관적인 근거로 범인을 검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중부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 전 팀장은 “최근 8차 사건의 진범을 놓고 논란이 되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8차 사건은 제가 아닌 다른 팀에서 담당했기 때문에 자세한 수사기록은 모른다”면서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곱슬 형태까지 분석해 윤씨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윤 씨를 검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전 팀장은 애초에 화성연쇄살인사건과 8차 사건의 범인은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8차 사건에서는 나머지 화성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시그니처(피해자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옷가지로 매듭을 만들어 손발을 묶는 형태)’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8차 사건은 야외가 아닌 피해자 방 안에서 발생하는 등 기존 범행 형태와 다르다는 걸 확인하곤 관심을 끄고 다시 화성사건에 집중했다”며 “(윤씨와 일치하는)증거물도 당시 수사본부에 상주하고 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이 직접 연구소에 의뢰해 결과를 통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 김영운기자
하승균 전 수사팀장. 김영운기자

하 전 팀장은 화성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씨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한 자백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교도소 수감자 대부분은 자신들이 억울하게 끌려왔다고 하는 반면, 강력사건 범죄자들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과시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며 “이씨가 가석방을 노리다 실패하자 차라리 이름이라도 널리 알리고자 거짓자백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찰이 강압수사를 강행해 허위자백이 만연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소신을 밝혔다.

하 전 팀장은 “시대 상황을 보면 그 당시는 경찰조직이 어두운 시절이었고, 영웅심에 사로잡혀 강압수사를 한 사례도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저는 폭력수사를 한 적이 없으며, 당시 폭력수사를 강행한 수사관들은 현재 논란을 지켜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 전 팀장은 ‘하승균의 사건 아카이브’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뒷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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